2024-04-16 19:06 (화)
북한, 내부로부터 무너질 가능성은?
북한, 내부로부터 무너질 가능성은?
  • 정하연
  • 승인 2021.06.03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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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상은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경제력이 강한 나라는 그 자부심으로 인해 사상이 무너질 일은 별로 없다. 지금의 한국인들이 민주주의 사상을 부정하지 않는 이유이다. 그런데 못 먹고 못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상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사상보다는 경제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바로 이러한 사상에 대한 문제다. 경제가 무너지고 주민들이 도탄에 빠지자 사상까지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최근 북한이 사상통제에 들어갔다는 사실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특히 사상이 무너지면, 체제에 대한 충성심도 무너지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신뢰까지 함께 사라지게 된다. 북한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남한 영상물 유포에 최고 사형 집행

지난 5,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인 <노동신문>에서는 청년들은 사회주의 도덕과 문화의 참다운 주인이 되자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 내용은 사상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거꾸로 보면 그만큼 사상이 해이해졌다고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청년들이 도덕적으로 건전하고 문명한 나라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상승 발전할 수 있지만, 청년 세대가 타락하면 그런 나라에는 앞날이 없다. () (도덕 교육을 등한시한) 결과 많은 사람 특히 새 세대 청년들이 개인주의에 기초한 부르주아 도덕에 오염돼 부패·변질되게 됐으며 종당에는 사회주의를 지키는 것을 도덕적 의무 밖의 일로 여기는 현상이 우심(심각)하게 나타나게 됐다. () 청년들은 언어 예절, 인사 예절, 공중도덕을 자각적으로 지키며 항상 외모를 단정하고 고상하게 하는 습성을 가져야 한다. 사회주의 도덕과 배치되는 낡고 반동적인 도덕과 생활 풍조가 절대로 스며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 청년들의 사상에 대한 우려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4월 초, 김정은 위원장은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 단장, 언행,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 늘 교양하고 통제해야 한다.’

지금의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머리 스타일과 언행을 교양하고 통제한다는 발상은 정말 놀랍도록 구시대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은 이 문제에 대해서 과거부터 늘 촉각을 곤두세워왔으며, 최근 들어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정황이 있다. 바로 지난 2020년 말에 북한은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을 제정했다. 이 법의 타겟은 정확하게 남한 영상물이다. 만약 남한 영상물을 시청했을 경우 과거 5년의 징역형을 받았지만, 이를 15년으로 대폭 늘렸다. 그뿐만 아니라 남한 영상물의 유포자는 최고형량을 사형으로 상향했다. 다른 것도 아닌 그저 영상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에 처해진다는 사실은 북한이 남한 영상물에 대해 가지는 공포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준다.

이러한 공포감의 근원은 곧 북한의 경제난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에도 강조했던 고난의 행군은 과거 엄청난 아사자를 유발한 사건이었다. 1990년대 중반 굶어 죽은 사람만 해도 수백만 명에 이를 정도였다. 이 사건을 다시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북한 경제는 최악 중의 최악이라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장마당 세대의 등장

이러한 상황은 곧 북한 주민들의 내부 반발과 노동당에 대한 충성심을 떨어뜨리는 결과는 가져온다. 심지어 북한에는 노동당이 아닌 장마당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라는 말까지 떠도는 실정이다. 북한은 이미 10년 전에도 장마당을 통제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장마당을 아예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경우도 있다. 이는 한편으로 자본주의의 경제 방식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북한 노동당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장마당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적 시장원리에 익숙한 청년 세대들이 점차 늘어난다는 점이다. 남한에 ‘MZ세대가 있다면, 북한에는 장마당 세대가 있다.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20~30대의 청년들로서, 사상이나 이념보다는 경제에 더욱 관심이 많으며, 자본주의적 시장원리에 관심이 많은 세대다. 이는 곧 북한 노동당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지는 세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에 청년들의 사상통제를 강조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세대론에 대한 위기의식이 작동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를 언제까지나 사상으로 통제하기는 힘들다. 과거 사회주의에서 실패한 거의 모든 국가도 결국은 경제의 문제로 고통받다 체제를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100% 성공적인 사상통제라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그러면 그럴수록 북한의 주민들이 나중에 겪게 될 충격파는 더욱 심해지게 된다. 지금이야 인터넷과 TV, 라디오가 거의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어 북한 주민들이 글로벌한 세상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의 상황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그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충격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이며,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든지 북한 체제에 대해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군부에 있는 누군가가 이런 것을 느끼게 되면 쿠데타를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들다.

이런 균열은 이미 수년부터 지속하여 왔으며, 지금도 탈북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미 북한 내부에서는 체제에 대한 심각한 회의가 생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향은 향후 더 강화될 수 있을 뿐, 약화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북한의 내부로부터의 자멸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물론 이런 상황들을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모를 리는 없다. 따라서 최대한 체제를 보호하는 차원에서의 개방과 개혁을 실시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북한에 거대한 자본주의의 바람이 분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어쩌면 북한은 이러한 개방과 개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여전히 핵무기를 만들고, 미국과 전 세계를 향해 엄포를 놓는 구시대적인 대응만을 계속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외부의 변화를 자신감 있게 받아들이지 못할 때는 결국 그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이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경제에 어느 정도 성공하게 되고, 최소한 지금의 체제라도 유지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개방과 개혁은 더 늦춰질 수 있다. 그러나 경제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또한 자본주의 시장의 원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 북한은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해 있다. 앞으로 갈 수도, 뒤로 갈 수도 없다는 이 답답함이 언제까지나 유지되기는 힘든 법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는 없겠지만, 북한의 변화는 예정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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