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 중소기업에는 시한폭탄
주 52시간 근무, 중소기업에는 시한폭탄
  • 백경화
  • 승인 2021.07.09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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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1일부터 5~49인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다. 애초에 직장인들의 워라벨을 목표로 시작됐지만, 정작 중소기업 당사자들에게는 기업의 존폐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법을 어겼을 때의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 기간도 없어졌기 때문에 꼼짝없이 시행해야만 하는 처지이다. 기업인들은 경영악화를 우려하고,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을 우려한다. ‘모두를 위한 정책이라지만, 현실에서는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에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기업 경영악화로 연결될 수도

우리나라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긴 편에 속한다. 야근, 주말 출근을 강요당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일과 삶의 균형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해, 근로시간이 줄어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근로자의 삶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여 제기된 것이 바로 주 52시간 근무제다.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우 이미 20187월부터 시행됐고, 20201월에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도 적용됐다. 지난 71일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기업인들은 기간을 좀 더 유예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실행을 강행했다. 현장에서는 지금의 주 52시간 근무제가 기업 경영악화와 경쟁력 강화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인력 수급이 잘 안 되는 업체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현재 10명의 인력으로 일을 수행하고 있지만, 인력 수급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 주 52일 근로제까지 시행되면 업무의 효율성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악화는 불 보듯 뻔해, 보는 직원들의 마음도 결코 편하지 않다.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닌 것처럼, 쉬어도 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하는 곳이라면 산재와 고용보험 비용도 늘어나고 이 역시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근로시간의 단축으로 인해 정규직 근로자는 월평균 373천 원, 비정규직 근로자는 월평균 404천 원의 급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인건비 지원 사업은 사업주가 근로자 월 급여 감소분을 보전해주는 경우, 최장 2년간 보전 금액의 80%, 최대 40만 원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다. 결국 나머지 부담은 사업주가 떠안아야 하므로 사업주 입장에서 선뜻 근로자 임금 보전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설사 임금을 보전해주더라도 그만큼 사업주에게는 손실이 되므로 사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심지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는 이를 정부가 대신 보전해주더라도 그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고용 확대 효과가 유의미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실제 이러한 방식의 세금 투입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까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사업에 대해서 사업을 통한 지원자의 고용유지율이 지원 기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업무의 종류에 따라서는 52시간이라는 기준을 제시했을 때 오히려 업무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에 대한 직장인 인식 조사를 했다. 당시 유연근로제를 지금보다 더 확대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장인의 81%그렇다고 대답했다. 유연근로제란 물리적인 52시간에 업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각 업종이나 개인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상당수의 직장인이 근로시간과 근로성과가 엄밀하게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스스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거나. 근무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할수록 업무에 방해를 받는다고 답하는 직장인도 있었다.

 

여러 가지 보완책 검토돼야

실제 이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어떤 직장인이라면 굳이 상사가 시키지 않아도 자의에 의해 밤늦게까지 근무하고 싶을 수도 있고, 야근을 감수하더라도 프로젝트를 완성해 성취감을 맛보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는 이 모든 개인의 열의와 열정을 무시한 채 ‘52시간이라는 틀에 맞추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일부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 카페에서 일하거나,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회사에서 이마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주 52시간 근무는 오히려 형식적인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거의 효과가 없게 된다. 또 긴급한 업무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것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근무시간이 끝났다고 긴급업무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큰 피해를 주게 된다. 퇴근 직전에 고객사의 업무 요청이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로제의 지침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현실을 방해하는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한 여러 부작용은 지금과 같이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부작용일 수도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워라벨은 어차피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과도기에 경영이 악화되고 근로자의 수입이 줄어들면 이 역시 큰 피해임이 틀림없고, 또 그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이니 그냥 감수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은 무차별적인 주 52시간 근로제를 추진하지 말고 각 업계가 스스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일주일에 52시간 근무로 하지 말고, 월 단위나 연 단위로 바꿔 좀 더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도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고소득 직장인들에게는 근로시간을 특별히 제한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현재 일본과 미국 등에서도 이 제도가 운용 중이며, ‘고소득의 기준은 년 8,000만 원 수준이다. 이는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자기 시간을 희생해 일하더라도 충분한 대가를 받는다는 측면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에 대해서 87%에 이르는 직장인이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일반적인 직장인의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만족도는 꽤 높다. 여러 설문 조사를 종합하면 60%에 육박하는 직장인이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근로자만이 만족한다고 해서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는 근로자와 경영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근로자는 만족하지만, 경영자는 만족하지 못하는 제도는 장기적으로 또 다른 뇌관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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