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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 국내 우세종 시간문제… 유행 규모 커질 것
델타 변이, 국내 우세종 시간문제… 유행 규모 커질 것
  • 정하연
  • 승인 2021.08.20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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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임시선별검사소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이 이제는 흔한 광경이 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월 초부터 천 명대를 기록했으며, 7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는 1,476명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중 상당수가 델타 변이 확진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인도발() 바이러스로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4배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방역 당국은 델타 변이가 이미 우세종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델타 변이가 국내 코로나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백신 접종 완료자도 감염이 되는 이른바 돌파감염도 국내에서 확인됐다. 따라서 위험성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북부 하리드와르 갠지스강 쿰브멜라 축제에 참가 중인 힌두교 신자들(사진=AP)

4차 대유행의 주범 인도발() ‘델타 변이

지난 415(현지 시간), 인도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이날 오전을 기준으로 20739명으로 집계됐다. 인도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0만 명을 넘어선 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확진자가 폭증하게 된 원인으로 해이해진 방역 태세를 지적했다.

당시 인도 북부 하리드와르엔 힌두교 최대 종교 축제 쿰브멜라에 참여하려는 순례객들이 연일 백만 명 이상 몰려들었다. 쿰브멜라 축제는 12년마다 힌두교 성지 네 곳을 돌며 열리는 인도 최대의 순례 축제다. 심각한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방역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축제 기간 동안 힌두교 신자들은 강물에 몸을 담그고 과거의 죄를 씻어내는 목욕 의식을 치르는데, 대다수의 신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방역 수칙과 개인위생을 지키지 않아 더욱 문제가 됐다. 쿰브멜라 축제에 인파가 몰린 이유에 대해 축제 조직위 측은 AFP통신에 "갠지스 강에 몸을 담그면 신이 우리를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지켜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축제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 축제는 약 한 달간 진행되기 때문에 축제 종료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게 된 것은 축제가 종료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며 병원은 밀려드는 환자로 인해 아비규환에 빠졌다. 의료용 산소도 고갈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 나가는 환자가 많았다. 열약한 환경 속에서 여러 명이 한 산소통을 나눠서 쓰는가 하면 의약품이 희귀해 암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밀려드는 시신을 화장장이 채 감당하지 못해 갠지스강에 버려지거나 땅에 묻히는 시신도 부지기수였다.

코로나19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Worldometer)에 따르면 인도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 숫자가 가장 많았던 때는 지난 56일이었다. 그날 신규 확진자는 414,433명으로 기록됐다. 그런데 약 두 달여 뒤인 지난 21일 기준 하루 확진자 수는 41,697명이다. 1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다만 이는 백신 접종이나 방역의 효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현지 감염병 전문가들은 항체 보유자 중 최대 90%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해 항체를 갖게 된 경우로 보고 있어서다. 인도 보건부는 지난 6~7월 실시한 4차 전국 코로나 항체 조사에서 “6세 이상 인구 67.6%가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구 70% 이상이 항체를 가졌을 때 집단면역 상태에 도달한 것으로 보는데, 인도는 이 기준에 거의 근접해 있었다. 그러나 사람마다 자연적 면역의 효과·기간이 다르기에 인도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사진=국립인천공항검역소)

델타 변이 국내 전파

인도발() 델타 변이가 국내 전파가 시작된 것은 방역 최전선인 인천공항 검역소 직원들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에서부터였다. 격리시설에서 해외 입국자 관리 업무를 하던 직원이 변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뒤 추가 전파가 이뤄졌다. 당국은 해외에서 입국한 이력 없이 인도 변이에 감염된 국내 첫 사례라고 밝혔다.

지난 518,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인천공항 검역소 임시격리시설 집단감염 관련 확진자는 이날 0시 기준 총 15명으로 확인됐다. 이들 모두 인도 변이 감염자라고 당국은 밝혔다. 15명 가운데 8명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인도 변이를 확인했고, 이들과 역학적으로 감염 경로가 관련돼 있는 나머지 7명도 인도 변이 감염자로 간주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역소 격리시설 관련한 근무자가 9명이고 가족과 지인이 각 1, 기타 사례로 종사자 동료이지만 격리시설 근무자는 아닌 이들이 4명 포함됐다. 당국은 그간 해외 입국자에게서 인도 변이가 확인된 적은 있지만 이렇게 국내 전파를 통해 인도 변이에 감염된 사례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천공항에서 해외입국자를 관리하고 격리 치료를 담당하는 업무 종사자들이 감염됐고, 이들의 동료와 지인에게 소규모로 2차 전파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초 감염경로에 대해서 방대본은 인도 변이 감염자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해외 입국자 중 인도 변이 확정 사례가 한 명이 아니었기 때문에 선행 감염자는 특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방대본은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선 작게 봤다. 박영준 팀장은 환자 발생은 12일 이후로 없다면서도 추가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 얕보던 정부, 심각성 인식

국내 첫 감염사례가 발생하고, 이들 사이에서 2차 전파까지 이뤄진 상황이었지만 소규모라며 유행 가능성엔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지난 620일부터 27일까지 델타 변이 확진자 수가 73명으로 전주 대비 2배로 늘었는데도, 방역당국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후 델타 변이 증가폭은 매주 2배씩 늘어났다. 이번 4차 대유행은 이러한 징조를 놓쳤기 때문에 발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수방관하며 대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한다.

방역당국이 델타 변이의 위험성을 모르지는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11일 전염성이 높다는 이유로 델타 변이를 우려 변이로 지정했는데,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그 이전인 52인도발 변이바이러스가 최소 17개국에서 발견되고 있어 국내 유입 차단 문제가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계획대로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 델타 변이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예상과는 달리 확산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델타 변이를 막기 위해 지난 74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서는 PCR 음성 확인서가 없으면 항공기 탑승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확산세가 점점 빠르게 진행되자 이 조치를 모든 국가에서 오는 입국자로 대상을 확대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715일부터 내국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 대해 입국 시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만약 이를 소지하지 않았다면 외국 현지에서 한국행 항공기 탑승을 제한하기로 했다.

수도권에는 지난 7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시켰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당초 2주간 적용한다던 조치는 결국 2주간 더 연장돼 88일까지 이어진다. 비수도권은 지난 27일부터 일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확산을 안일하게 판단했던 정부의 방역 완화와 느슨한 대응이 방역 실패로 이어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너진 방역 장벽을 다시 세우고 국민들이 코로나19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춰선 안 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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