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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Quick) 커머스 시대, 시동이 걸렸다
퀵(Quick) 커머스 시대, 시동이 걸렸다
  • 백경화
  • 승인 2021.05.21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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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택배 배송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서울 및 전국의 대도시는 하루 정도면 충분하고 심지어 새벽 배송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시간이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퀵커머스(Quick Commerce)’, 이른바 즉시 배송이라는 것으로 생필품과 식료품을 빠르면 최대 15분 내에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최근 쿠팡이츠는 물론, 백화점, 편의점까지 뛰어들고 있다. 이는 골목상권의 붕괴를 유도할 수도 있지만, 바뀐 소비자의 구매 트렌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대 15분에서 1시간이면 배달

배달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폭발하고 있다. 과거에는 배달에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중국집에서의 배달, 가스 배달 등에서도 별도의 배달비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음식 배달 플랫폼 서비스에서 서서히 배달비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제 사람들에게 배달비는 매우 익숙해져 버렸다. 과거에 물을 돈 주고 사 먹는 사람이 어디 있냐?’라는 시대에서 이제 생수 시장이 완전히 정착한 과정을 생각해보면 쉽다.

국내의 퀵커머스 시장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배달의 민족이 시작한 ‘B마트였다. 2019년 처음 선보인 이 서비스는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을 자체 물류 창고에 보관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출범 초기에는 300여 개의 상품에 그쳤지만, 지금은 5,000종으로 확대됐고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30여 개가 넘는 도심 물류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2020년 매출은 1,500억 원에 육박한다.

이렇게 시장이 점차적으로 커진 상태에서 펜데믹 사태는 배달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 혹은 집 밖에 나가기를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즉시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경쟁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요기요를 운영한 딜리버리히어로가 요마트를 론칭하고, 쿠팡은 자사의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를 통해서 시범 운영을 실시했다. 특히 쿠팡이츠의 시스템은 무서울 정도의 속도에 맞춰져 있다. 별도의 배달원을 고용해 주문 즉시 전담 배송원이 배달을 하기 때문에 시간을 15분으로 단축시켰다. B마트가 인근에 있는 배달원에게 요청해서 배달하므로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하면 최대 4분의 1로 단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전통적인 물류기업들도 퀵커머스 시장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롯데와 이마트 등은 이미 대형마트에 점포 공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에 진출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다만 속도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과 더욱 가까이 위치한 롯데슈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GS 더프레시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최소 1시간 정도면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경쟁력이 떨어지지는 않게 된다. 이마트 역시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있기 때문에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이렇게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드는 물류업체나 플랫폼이 있는 반면, 배달인력을 갖추고 여러 브랜드의 배달을 전담하는 회사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회사인 바로고는 최근 800억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면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현재 전국 180개의 물류허브와 3만여 명이 넘는 라이더를 확보하고 있으며, 그들은 배달의 민족, 요기요, 카카오 등에서 활약한다.

 

독일 스타트업 고릴라스(Gorillas)

해외서도 치열한 경쟁

이러한 퀵커머스 경쟁은 비단 국내의 일만은 아니다. 유럽, 중국 등 해외에서도 즉시 배송 사업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독일 스타트업 고릴라스(Gorillas)는 유럽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당신보다 더 빠르게라는 슬로건을 지닌 이 업체는 독일 스타트업 기업 중 최단기간에 기업가치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생필품과 식료품 등 2,000개 품목을 전기 자전거를 탄 라이더가 배송한다. 주문 후 배달까지의 시간은 10분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영국, 뉴욕, 파리 등 전 세계 50개 국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릴라스와 경쟁하는 업체는 게티르(Getir)라는 기업이 있다. 역시 영국 런던에 상륙해 유럽 최대 배달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10~15분 이내에 배송해준다.

중국에서는 허마셴셩, 메이투안디엔핑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주문자가 매장 반경 3km 이내에 있다면 30분 만에 상품을 받아볼 수가 있다.

이러한 퀵커머스 시대의 도래는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준다. 우선은 전반적인 소비 유통의 과정이 상당수 온라인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물론 이제까지 쿠팡,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이 있었지만, 그래도 집 주변의 시장이라든지 편의점, 가까운 상점은 소비자가 스스로 걸어가 제품을 구매하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퀵커머스 시장의 발전은 이제 집 근처에서 구매하는 사소한 생필품, 식료품 마저 모두 온라인으로 구매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는 골목상권의 급격한 축소를 의미할 수 있다.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구매 방식은 거의 대부분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온라인이 익숙하지 못한 노령층에서의 구매 방식이 그나마 오프라인에 남아 있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퀵커머스 시대는 배달이 하나의 거대한 직업군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도 거리를 달리는 배달 오토바이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앞으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직업에 종사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특히 투잡을 뛰는 직장인들, 주부들도 가까운 거리를 배달하는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퀵커머스 시장의 발전은 부작용도 예상하게 한다. 우선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인한 출혈이 시작될 수 있으며, 그 결과 수익성의 악화와 함께 독점 기업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최근 업체들 사이에서는 ‘10원이라도 더 싸게팔기 위한 프로모션이 남발되고 있다. 거기다가 각 업체들이 자체적인 물류센터를 만들다 보니 중복되는 투자가 불가피하다.

더불어 배송원들의 안전도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배달 서비스를 죽음의 청년 사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배달원으로 많이 활동하는 18~24세 청년의 산재 사망 사고 1위가 바로 배달이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산재 사고에서 배달업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배달 시장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산재 사고까지 동시에 늘어난 것이다. 또 사망하지는 않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이 있으면 그 고통이 평생을 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퀵커머스 시장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며 그 규모도 지금의 예상보다 훨씬 더 커질 수가 있다. 이제 IT기술은 우리의 제품 구매 방식과 그 속도마저 바꿔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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