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8:05 (금)
세계는 지금⋯ 對탄소 전쟁 中
세계는 지금⋯ 對탄소 전쟁 中
  • 여지훈
  • 승인 2021.08.22 2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국가‧국제연합체, “세계 이상기후 심화에 대응” 한 목소리

환경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고 환경오염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와 각광받기 시작한 이유는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폭염(캐나다, 북유럽, 러시아)과 한파(미국 텍사스), 대형 산불(미국, 호주)의 발생 등 이상기후 현상이 점차 빈번해지며 가시적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도 기후변화로 인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미국 하와이대학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25일 자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세기 동안 진행된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이 중국 남부를 박쥐가 선호하는 산림 서식지로 바꿨고, 그 결과 박쥐 40종이 해당 지역에 추가 유입됐다. 이후 동물과 바이러스 간의 새로운 상호작용으로 인해 박쥐는 해로운 바이러스에 더 많이 감염되고 바이러스는 진화했는데, 이것이 결국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할 최적의 장소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

해운사들, 천연가스에 주목

오늘날 세계 각국과 다국적 기업, 국제연합체 등은 앞다퉈 탄소 감축 목표를 선언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전 세계적 기조에 발맞춰 일개 기업 차원의 노력을 뛰어넘어 업종 전체, 나아가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탄소 감축을 실현할 수 있는 공동 이니셔티브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가령, UN의 전문기구 중 하나인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는 선박의 항로교통규칙항만시설 등에 대한 국제 표준을 확립해 국제 해운의 안전 및 항행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조직이다. IMO는 환경보호를 위해 202011일부터 선박 연료의 황산화물 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감축하는 규제 조치 ‘IMO 2020’을 실시하고 있다. 2008년 대비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최소 30% 이상, 2050년까지 70%를 감축한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는 강제 이행 조항으로서, 제시된 기준에 미달할 시 선박은 입항이 금지될 수 있다. 초국가 조직에 의해 이런 표준이 정해지면, 관련 업계는 그에 따르기 위한 개발제조에 착수하게 되며, 이는 업계 내부뿐 아니라 밸류체인으로 엮인 전후방 모든 관련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해운사들이 ‘IMO 2020’에 따르고자 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15월 말 기준 전 세계 발주량 중 LNG 추진선 비중은 약 20%에 달했고, 국내 조선 3사의 올해 신규 수주량 중 LNG 또는 액화석유가스(LPG)를 기존 연료인 벙커C유와 함께 사용하는 이중연료 추진선 비율도 매우 높았다. LNG 추진선 수주 증가는 향후 LNG 수요의 증가를 야기하며, 이는 운송 시 냉각해 액화시켜야 하는 LNG 특성상 LNG 보냉제 관련 업계의 업황 특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일부 업체는 수소나 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로 곧바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 표준이 확립되면, 업종을 넘어 밸류체인 전반에 일관된 흐름을 가져온다. 특정 목표를 위한 법령이나 규제가 정해지면 기업들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다. 모두가 LNG 선박이나 차세대 연료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데, 홀로 벙커C유를 연료로 쓰는 선박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새로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는 것이다.

 

기업들의 RE100 참여

국제 비영리 단체인 탄소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CDP) 위원회등의 주도로 시작된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연간 100GWh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203060%, 204090%, 2050100%를 이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213월 기준 전 세계 292개 기업이 RE100에 참여했고, 국내 기업은 SK그룹 6개 사와 아모레퍼시픽이 공식 등록했다. 애플, 구글 등 30개 기업은 2018년에 이미 100% 목표를 달성했다.

자발적 캠페인임에도 불구하고, 애플, BMW 등 적지 않은 다국적 기업이 협력업체에까지 캠페인 동참을 요구하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이 RE100 도입 추세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이것이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리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BMW2018LG화학에 부품 납품 전제조건으로 RE100을 요구하면서 계약이 무산됐으며, 삼성SDI는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가능한 해외공장으로 옮겼다. 애플도 2020년 반도체 납품 물량을 놓고 SK하이닉스에 RE100을 맞추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020년 초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가 전무했으나, 캠페인의 세계적 확산에 따라 2020년 말부터 LG화학, SK하이닉스, SK텔레콤, 한화큐셀 등이 잇따라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저탄소 사회를 위한 전 세계적 동조는 이외에도 많다. 20151212195개국에 의해 만장일치로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이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국제협약이다. 이를 위해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실천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그 이행에 대해서 공동으로 검증한다.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 전경(사진=한화큐셀)

이어지는 탄소중립’(Carbon Zero) 혹은 넷제로’(Net Zero) 선언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Carbon Zero) 혹은 넷제로’(Net Zero) 선언도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배출원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한 뒤 나무를 심거나, 석탄석유 발전소를 대체할 에너지 시설에 투자하거나, 탄소배출권(Certified Emission Reduction, CER)을 구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배출량만큼을 상쇄하는 것을 말한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arbon CaptureUtilizationStorage, CCUS)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CCUS는 처음부터 이산화탄소를 발생원으로부터 포집해 압축수송 과정을 거쳐 육상이나 해양지중에 저장하거나, 화학소재 또는 연료 등으로 전환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경제를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2050년에는 전 세계 탄소 감축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100억 톤을 CCUS 방식으로 처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CCUS의 보급 및 확산을 위한 민관 컨트롤 타워로서 20214‘K-CCUS(Korea Carbon CaptureUtilizationStorage) 추진단을 설립했다. 앞으로 CCUS를 신산업으로 육성하고 전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추진단이 발족한 지난 4월 기준, 국내 50개 기업과 20개 대학, 10개 연구원이 참여했으며, 개인 회원도 100여 명에 이르렀다.

세계는 지금 온실가스 주범인 탄소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단기적인 유행이라고 하기엔 이미 범국가 차원의 많은 법령과 규제가 만들어졌고, 국제 표준 설립 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가 여전히 산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많은 시행착오와 위반, 또 그로 인한 혼란은 필연적이다. 다만 그러한 혼란 중에도 이상기후를 해결하자는 말이 그저 허울 좋은 이벤트성 구호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인류는 당장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곧 그 존망을 논할 정도로 커다란 위협을 맞닥뜨릴 수 있다. 환경 문제는 대부분 기업이 그 운영에 있어 오랫동안 최우선 잣대로 삼아왔던 손익의 기준을 벗어나 있다. 아니, 기업 재무상태표 상의 손익이 아닌 인류 존망의 측면에서 본다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손실이 될 수도, 또 커다란 이익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힘 있는 국가와 기업부터 시작해 저탄소 사회를 위한 국제적 협력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각 주체가 품은 목적은 제각각일 것이다. 넓게는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다는 원대한 포부가 될 수도, 좁게는 미개척지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모든 노력이 결국은 합해 선()을 이룸으로써 모두가 나름의 결실을 따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여의도파라곤 1125)
  • 대표전화 : 02-780-0990
  • 팩스 : 02-783-25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운정
  • 법인명 : 데일리뉴스
  • 제호 : 종합시사매거진
  •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0618
  • 등록일 : 2010-11-19
  • 발행일 : 2011-03-02
  • 발행인 : 최지우
  • 편집인 : 정하연
  • 종합시사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종합시사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isanewszine@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