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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 목표를 조금만 줄이면 지금의 위기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경영자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 목표를 조금만 줄이면 지금의 위기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 정하연
  • 승인 2021.01.28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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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피에스 안복희 대표

대한민국이 부도가 나도 팜스프링스는 부도가 나지 않는다

이 말은 팜스프링스(PALM SPRINGS)라는 골프웨어를 만드는 네오피에스의 협력업체 사장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대금 결제가 그 어떤 회사보다 철저하고 어음은 아예 사용하지 않으며, 리스크 없는 안정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네오피에스에 대한 철저한 믿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안복희 대표는 24살의 젊은 나이에 사업에 뛰어 들어 현재까지 약 40년을 넘게 일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사스러운 일도 있었다. 지난 121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개최되었던 24회 여성경제인의 날기념행사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성 경제인으로서 그녀가 헤쳐나왔던 지난 40년간의 사업 이야기가 무척 흥미진진했다.

 

㈜네오피에스 안복희 대표<br>
㈜네오피에스 안복희 대표(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24살에 정미소 운영으로 사업 뛰어들어

팜스프링스는 절제된 세련미를 바탕으로 하는 하이퍼포먼스 웨어로 패셔너블한 디자인과 컬러를 동시에 만족하는 골프전문 의류브랜드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에게는 고퀄리티이면서도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골프웨어를 표방하고 있지만, 캐쥬얼복, 일상복으로도 많이 입는다. 이른바 복합형 디자인으로서 실용성이 꽤 높은 편이다. 이러한 인지도를 형성하고 사업을 이끌어온 안복희 대표가 취임한지도 19년이나 흘렀다. 그 기간 동안 숱한 고생과 에피소드가 있었으며, 더구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러 가지 애로사항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철의 여인이기도 했다. 하루에 2~3간 밖에 자지 못하면서도 지금의 회사를 만들어 왔다.

다른 여성 기업인들에게도 귀감이 되라는 의미에서 이번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또 협력업체들과 갑과 을의 관계를 벗어나 진정한 상생의 길을 추구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받은 것 같습니다. 의류업계에서는 무엇보다 대금결제가 매우 중요합니다. 납품한 물건에 대한 금액을 제대로 받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협력업체가 없다면 저희도 없다는 생각에 정말 가족같은 관계를 구축해왔습니다. 이러한 경영 역시 여성 기업인들이 할 수 있는 또하나의 리더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안복희 대표는 그간 많은 상을 수상했다. 한국패션브랜드 유망브랜드 골프웨어부문 대상 (2010), 패션리뷰 선정 ‘2013 패션·섬유 혁신리더 CEO 대상(2013), 중소기업청장 표창장(2015), 모범경영인 서울특별시장 표창장’(2017), 20회 중소기업혁신대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장’(2019) 등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받는 국무총리상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패션업계도 코로나19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도 안복희 대표의 돌파력이 있는 리더십이 더욱 빛을 발했다.

그녀가 처음 시작한 사업은 정미소였다. 고작 24살의 나이에 70명의 직원을 데리고 20년간 일을 하다 19983대째 이어진 친정의 봉제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상경했다. 그러나 당시 여성으로서의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에 두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엄마와 주부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사업가의 길을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의류 사업은 경쟁이 치열해 온전히 몰입하지 않으면 성공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고등학교 자녀들에게 캐나다 유학을 권했고, 그 이후로는 온전히 일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유학을 간 자녀들은 잘 성장했고, 지금은 네오피에스에 입사해 2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첫째 아들이 김종원 부사장이고, 둘째 아들이 MD를 총괄 관리하는 김동주 이사이다. 지금은 오히려 엄마에게 힘이 되며 든든한 두 팔이 되고 있다고 한다.

 

㈜네오피에스 안복희 대표(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건달들이 누님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

안 대표가 처음부터 팜스스프링스를 운영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미국 브랜드였던 팜스스프링스를 한국에 유통했던 세마통상이라는 곳의 납품업체였다. 그러나 세마통상이 부도의 위기에 처하자 그녀는 채권단의 일원으로 회사를 인수했고 2006년 회사 이름을 네오피에스로 바꾸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녀의 여장부로서의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패션업체는 한번 부도가 나면 돈을 빌려주었던 사채업차들이 들이닥쳐 소위 깽판을 치곤 합니다. 100만원을 빌려줘 놓고 마치 1억을 빌려준 것처럼 돈을 뜯어내려는 아귀 다툼을 합니다. 제가 회사를 인수하자 깡패들이 회사에 들어와 협박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몸싸움을 해서 사무실이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경찰까지 출동해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철창에 갇힌 깡패들에게 다가가 협상을 했습니다. ‘얼마가 필요하냐?’고 했더니 1억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다. 1억을 분할해서 줄테니 앞으로 또 다시 깡패가 오면 나를 보호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들과 인연이 맺어졌고 한동안 그들은 저를 누님이라고 부르며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해서 다른 사채업자들로부터 회사를 보호해주었습니다(웃음)”

왠만한 남자 경영자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해내는 안 대표의 두둑한 배짱이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그녀의 능력은 직원, 그리고 협력업체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패션업계에서는 업체끼리 돈을 빌려주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영세한 납품업체가 돈이 없어 원부자재를 사지 못할 때에는 과감하게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 거기다가 안 대표 자체가 무리하게 회사를 확장하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혹시라도 실수하게 되면 협력업체에도 피해를 끼친다는 생각에 최대한 안전한 경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부도가 나도 팜스프링스는 부도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 생겨난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직원들과도 가족같은 관계가 형성이 됐다. 농담 삼아 나도 새로운 사람과 일하게 제발 좀 회사를 그만둬라고 말할 정도라는 것. 전체 직원 35명 중에 10년을 넘은 사람이 3분의 1이 넘고 20년된 직원도 많다. 나머지도 거의 대부분 평균 5년 이상 근무했다. 개인적인 사정을 제외하고는 이직이라는 것 자체가 거의 없다. 그만큼 안 대표가 직원을 생각해주자, 직원들은 거의 사장의 위치에서 업무를 한다고 한다. 이런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 20201월에는 별도의 복지법인을 만들었다. 직원들 자녀의 학비를 비롯해 직원의 피복비, 생일 축하비 등등을 모두 지급하고 있다. 이토록 직원들을 생각하는 사장이 있기에 직원들 역시 회사에 헌신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21 프로협약식(사진=네오피에스 제공)

사회공헌 활동으로 다수의 수상

그러나 여성기업으로서 19년간 네오피에스를 이끌면서 힘든 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번도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말로 일축했다.

여성이 사업을 한다고 하면 단점도 있겠지만, 장점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먼저 포기하면서 안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안되는 일이라고 말해도 하다보면 결국 방법을 찾게 되어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면 어려운 데로 받아들이고 해나갈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면 남성, 여성을 떠나서 기업인으로서 분명 성과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녀는 이러한 저돌적인 정신으로 사업을 일구어오면서도 사회공헌도 놓치지 않고 있다. 5년 전부터 경기도 광주에 있는 중증장애인 복지회관인 ‘LEL동산에 매년 500포기의 김치를 해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1000포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전 직원들과 함께 김장을 했다고 한다. 1년에 2~3번 정도 생산되는 의류 중 B품 옷을 나눠주고, 등산도 같이 하고 그들이 부업으로 하는 스티커 작업도 같이 한다고 한다. 안 대표는 그들은 지적 장애인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무엇을 해주는지, 고마운지 아닌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봉사를 하고 나면 제 나신이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공헌 덕분에 안복희 대표는 대한민국 세종대왕 나눔봉사대상’(2017), 한국국제연합봉사단 선정 나눔봉사대상’(2014), 한국국제연합봉사단의 아름다운 기업’ (2011)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영자들에게 조언의 한마디를 부탁했다.

어려울 때 계속해서 어렵다, 힘들다라고 생각하면 우선 자신감이 사라져서 더 위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사장이 힘이 빠지면 직원들도 힘이 빠집니다. 그럴 때는 차라리 목표를 좀 작게 잡고 욕심을 내지 않으면 짜증도 나지 않고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그러면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그렇게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힘찬 2021년을 맞으면서 새로운 희망을 키워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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