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이 붕괴되면 그로 인한 재산 상의 피해와 인명 피해는 엄청나게 크다. 과거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한국 현대사에서 씻을 수 없는 부끄러운 역사로 남기도 했다. 대한민국에 건설되는 시설들을 보호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곳이 바로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이하 ‘기술사회’)이다. 1975년에 설립되어 46년의 역사와 약 1,200명의 회원들이 똘똘 뭉쳐 국가로부터 안전전문가로 인정받고 명실상부한 최고의 전문가 집단으로 우뚝 섰다. 지난 2021년 12월 21일은 기술사회의 신임 회장 선출이 있었던 날이다. 당시 90.1%라는 놀라운 투표율에 56.86%(497표)를 획득한 고창우 부회장이 회장으로 당선됐다. ‘기회로! 하나로! 미래로!’라는 슬로건으로 2년간 기술사회를 이끌어갈 고창우 회장을 만나 향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자세
고창우 신임회장은 지난 10년간 기술사회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으며 헌신해왔다. 총무단 이사(12대)를 시작으로 기술중재위원회 이사(13대), IT연구소관리위원회 위원장(14대), 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15대), 정책위원회 부회장(17대) 등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용역대가 기준 제도화 TF위원, 국가건설기준센터 콘크리트기준위원회 위원, 서울시 건설공사 품질관리적절성 확인 점검위원, 하남시 건축위원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번 18대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대가 기준 제도화, 업역 확대 ▲심의제도 선진화, 구조 전문인력 양성 ▲외부 수탁과제 공개 운영, 권역별 지회설립 지원, 온라인 개방형 위원회 추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고 회장은 이번 선거를 위해 무려 850통의 전화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회원들과 소통하였고, 결국 당선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꽤 치열했던 선거전이었습니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까 모두가 하나가 되는 방법을 찾고, 우리 기술사회의 현안과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길로 달려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90.1%라는 투표율은 경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단체도 있지만, 그곳도 86%라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이번 선거, 그리고 앞으로 건축구조기술사회에 대한 회원들의 열망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내걸었던 슬로건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모두가 하나가 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개척 정신을 발휘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창우 신임회장은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지난 2000년도에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2003년에 구조기술사사무소를 창업하여 2009년 티섹그룹을 창립, 현재 티섹구조엔지니어링 대표로 재직 중에 있다.
현재 기술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현안은 바로 ‘대가 기준 제도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설계와 관련된 업계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보통 ‘건축사’라고 하는 직종의 사람들은 건물을 아름답게 설계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이렇게만 설계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바람, 지진등을 비롯한 건축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을 감안해 시공하고 관리를 위한 구조설계가 더해져야 한다. 바로 이런 구조설계를 하는 사람들이 건축구조기술사들이다. 또 건축물의 수명이 다하게 되면 해체를 위한 계획서를 작성하는 사람들도 바로 이들이다. 설계사가 건축물의 ‘탄생’을 알린다면, 건축구조기술사는 그것의 ‘유지와 해체’를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구조설계 용역과 해체 작업과 관련해서는 그 비용에 관한 ‘대가 기준’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점이다. 쉬운 예로 음식점에서 음식을 판매하는데 가격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국내 해체 시장, 대대적 혁신 필요해
하지만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설계용역을 하고 대가를 받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기술사회에서는 자체의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서 용역을 진행했는데, 문제는 공정위가 이를 ‘담합’이라고 규정하면서 최근 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기술사회는 몹시 억울한 입장이 아닐 수 없다.
“국가에서 이러한 대가 기준을 정해주면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저희는 그 기준에 따라서 작업을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아무런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저희의 자체기준을 따랐다고 해서 그것을 ‘담합’이라고 규정하는 일은 너무도 모순적입니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민간영역에서 하는 것은 무조건 규제하는 것은 기본적인 공무원의 자세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에 저의 임기 2년 동안에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이것입니다. 결코 쉽다고 예상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쉬웠다면 아직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5억 원이라는 과징금이었다. 1년 기술사회의 운영비라고 해야 3~4억 원에 불과한데, 이 5억 원을 내려면 사무실 보증금까지 빼야 할 정도였다. 결국 고창우 회장은 지난해 정책위원회 부회장 시절 당시 회원들과 소통하면서 과징금 납입을 위한 모금 활동을 펼쳤고, 그 결과 회원 464명이 단 한 달만에 5억 6천3백만 원을 모을 수 있었다.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2,000만 원까지 내는 회원들이 있었다. 기술사회는 이 과징금이 부당하다고 해서 현재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향후 일부라도 승소하여 금액을 돌려받게 되면 회원들에게 어떠한 혜택을 줄건지를 고민중이다. 결국 ‘대가 기준 제도화’는 향후 기술사회의 존립에 관한 문제인 만큼, 고창우 회장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광주 재건축 현장에서 해체공사 중 건물이 붕괴하면서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적으로 국내 해체 시장이 얼마나 열악한지, 그리고 정부에서 얼마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우리 기술사회가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5층짜리 이상의 건물을 해체할 수 있는 장비 자체가 없는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또다시 사고가 재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사회가 대가 기준을 정부로부터 명확하게 인정받고 국내 해체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창우 회장의 슬로건 중 하나인 ‘기회로!’는 바로 이번 과징금 사건과 같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현재 기술사회에는 해결해야 할 다양한 일들이 있다. 우선 현재 부산·영남, 대구·경북, 충청, 호남, 제주 등의 5개 지회가 있지만, 경기·강원이 빠져 있어, 이에 대한 회원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도 해결할 예정이다. 또 회원들의 화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현재 기술사회는 말 그대로 ‘회(會)’일 뿐, ‘협회(協會)’의 차원이 아니다. 따라서 내부에는 감리, CM, 시공회사, 구조설계에 종사하는 여러 분야의 회원들이 섞여 있다. 그러다 보니 지향점이 조금씩 다르고 관점이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회원들이 함께 단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려고 한다.
2022년 화합과 단합을 위한 한 해로
“2022년에는 회원들의 단합을 위한 이벤트로 간담회를 개최할 생각입니다. 회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더 나아가 회장의 임기를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연구해볼 계획입니다. 물론 저는 적용이 되지 않고, 다음 회장부터 적용이 됩니다. 현재 2년이란 기간은 다소 짧다고 봅니다. 일단 업무를 파악하고 회원들과 기본적인 소통만 하는 것에 1년이란 시간이 소요되고, 6개월 정도 일을 하다 보면 다시 임기를 마칠 시기가 다가오게 됩니다. 이런 부분까지 포괄해서 우리 기술사회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고창우 회장은 후학들을 위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최근에 건축과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고, 특히 건축구조기술사를 직업으로 삼는 젊은 친구들은 더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격증 자체를 따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굳이 어렵게 공부하고 힘들게 자격증을 따야 하는 일을 회피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바로 이런 점에서도 고창우 회장은 보다 많은 후배들이 건축구조기술사를 하면서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고창우 회장은 주변으로부터 ‘소통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그 무엇이든 ‘무리한 일’을 절대 억지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 이런 이유로 기술사회든 현재 운영하는 회사든 구성원들이 잘 단합해서 일이 진행된다고 한다. 특히 고창우 회장은 티섹구조엔지니어링을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해외 중국 2차전지 공장, 그리고 폴란드의 2차전지 공장을 구조설계하고 관리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도 거래처, 그리고 직원들과의 소통도 잘 이뤄진다고.
고 회장은 “임기 동안, 지금까지 산적해온 여러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회원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구나’, ‘우리도 해낼 수 있구나’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회원들이 희망을 가지고 더 높은 꿈을 꾼다면, 건축구조기술사회는 앞으로도 더욱 큰 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