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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토목분야 공헌을 국가, 사회, 인류를 위한 헌신으로 이어가겠습니다”
“40년 토목분야 공헌을 국가, 사회, 인류를 위한 헌신으로 이어가겠습니다”
  • 정하연
  • 승인 2021.12.3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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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정충기 교수

지난해 12월 10일 대한토목학회(회장 이승호)는 ‘제20회 송산토목문화대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정충기 교수를 학술부문 대상자로 선정했다. 송산토목문화대상은 1999년 말 대한토목학회 원로회원 고(故) 송산 김형주 선생의 기탁금 72억 원으로 조성된 상으로, 토목을 전공하는 후학들에게 연구의욕을 고취하고, 토목 분야의 발전을 위해 제정됐다. 특히 토목분야 최고권위의 상이기 때문에 수상자들에게는 매우 영예로운 상이 아닐 수 없다. 정충기 교수는 지난 40년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부에 재직하면서 토목 그리고 지반 분야의 대표적 학자이자 전문가로서 교육과 학술적 측면뿐 아니라, 학회와 정부 및 공공 기관의 위원회 활동, 그리고 언론 기고를 통하여 토목 분야의 위상 제고와 발전에 크게 공헌하였다.


 

2004년부터 지반 분야 디지털화 이끌어

정충기 교수는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 학사와 동대학에서 석사 학위(지반공학 전공)를 받은 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게 된 이래로 지금까지 오로지 한길만 걸으며 한국 토목 분야의 발전에 큰 헌신을 했다. 

토목 공사, 그 중에서도 정충기 교수가 전공한 지반 분야는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경험적이고 어려워서,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초 공사 분야에 속하기 때문에 그 어떤 과정보다 중요하고, 건물의 안전에 있어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정 교수는 2004년부터 이미 지반정보 디지털화 작업에 앞장서서 토목 분야에서는 가장 먼저 첨단 기술을 적용해왔다. 또 그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30여 개가 넘는 위원회에 위원 및 위원장으로 참여해 우리나라의 건설 정책, 인프라 시설물의 기획, 설계 및 시공, 유지 관리, 그리고 자연 재해 대응책 등에 대해 포괄적인 자문 의견을 개진해왔다. 또 대한토목학회에 40여 년 전 가입한 이래로, 논문 발표 등의 학술적 기여뿐 아니라 평의원과 이사, 부회장으로서 학회의 다양한 대내외 활동에 참여해왔다. 이번 송산토목 문화대상을 받은 것도 바로 이러한 공로가 크게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이번 수상에 대해 ‘과분하면서도 고맙고, 책임과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는 ‘과분하다’였습니다. 토목에 발을 디딘 후, 지난 40여년을 돌아보았습니다. 뛰어나게 머리가 좋은 건 아니어서, 주어진 일과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물론, 게으름도 피웠습니다. 수상자라 함은 노력 보다는 결과로 결정되는 것인데, 저의 학술적 성과에 대한 평가보다는 노력이 가상해서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도 느꼈습니다. 제가 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들은 지난 시간 동안 같이 연구한 제자들입니다. 제 업적은 저 혼자만으로 이룬 것이 아닙니다. 저의 거의 모든 논문과 업적에는 같이 이름이 올라간 제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노력이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했습니다.”

또 그는 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가 그동안 이룬 공적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의 권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는 독려의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제 정년까지는 4년 남짓 남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그리고 정년 이후에도 송산상 수상자로서 건설, 토목 그리고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학술적 노력뿐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배려와 봉사의 마음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정충기 교수

1년에 10편 넘는 논문 발표

정교수가 그간 한국 토목 분야에 헌신한 것은 그가 받은 수상 내역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대한토목학회 학회장 표창장(2009), 한국지반공학회 학술상(2010), 대한토목학회 학술상(2011),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우수연구 교수상(2012), 국토해양부장관 표창장(2012), 한국지반공학회 특별상(2018) 등이 그것이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는데, 최근 참여한 것만 해도 한국지반공학회 회장(2019~2021),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2018~2020),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2016~현재), 대한토목학회 기획 부회장(2016~2017) 등이 있다. 

이번에 학술상을 받은 만큼, 정충기 교수가 이룩한 학문적 업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40여 년간 총 439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와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1년에 10편이 넘는 논문을 쓸 정도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 셈이다. 특히 1992년 토목, 지반분야에서 최고 권위의 논문집인 와 에 발표된 논문은, 학문적 파급 효과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 특히 지반 분야에서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학문적 초석을 다진 논문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불균질한 자연 재료인 흙의 역학적 특성과 거동에 관련해 뛰어난 연구 실적을 도출해왔다. 새로운 시험 장비와 시험 기법의 개발 및 적용을 통해, 흙의 거동을 심층적으로 평가, 분석하는 이론적 연구뿐 아니라, 시험의 결과를 활용하여 현장 설계 및 해석에 필요한 설계 지반 정수를 결정하는 방법에 주안점을 둔 실용적 연구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파악하기 어려운 흙 거동의 심층적 해석에 대한 학술적 성과와 함께, 실무적 해석 기법과 장비 개발에 관련한 여러 건의 특허와 기술이전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경질토사 및 풍화연암의 전단특성과 설계정수를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시험기가 있습니다. 미국 특허 취득과 함께 실용성 있는 연구 성과로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현재 기술 이전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또 지반 분야를 중심으로 한, 지반 개량, 산사태, 지진, 씽크홀 등에 대한 정보화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특허 및 프로그램으로 등록함으로써, 디지털 기술을 선도함과 아울러 개발 성과품의 실용화에도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렇듯 그는 지반 분야에서도 디지털화에 많은 기여를 해왔으며 가장 앞서서 최신 기술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기기들을 만들어왔으면서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주변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스타트업 회사를 세우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애초에 사업보다는, 그저 기기의 개발과 연구에 매진하는 학자로서의 성향이 강했고, 함께 하는 제자들 또한 스승을 닮아 누구 하나 사업의 길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비록 대중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가 이룬 성과들은 여전히 토목 분야에 남아 지금도 지속적인 발전을 해나가고 있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학자’

이번 송산토목 문화대상에는 그간의 학회 활동에 기여한 바도 크게 평가를 받았다. 토목연구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토목 연구 사업을 총괄하면서 ‘플랜트 산업과 토목공학’을 주제로 발표회를 개최하고, 그 내용을 학회지에 특집 기사로 게재한 바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학회지 편집위원장으로서 토목 분야와 학회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하면서, 회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이후 학회 기획 부회장으로서 토목의 날 행사 총괄, 학회 온라인 플랫폼 기반 구축, 그리고 학회장 선거관리 위원장으로서 제반 행정을 원만히 수행하는 등, 학회 발전을 위해서 크게 헌신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사실 정 교수는 토목분야가 아니었으면 의사가 될 뻔했다. 아버님이 의사이자 대학교수였고, 아들인 정 교수가 자신의 길을 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정 교수가 보기에 아버지의 일은 너무도 힘들게 느껴졌다고 한다. 

“매일 아픈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버님의 일이었습니다. 한 번은 해외 출장을 다녀오신 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아픈 사람이 있다고 해서 병원에 다시 가셨는데, 그 당시 집에 두고 오신 물건을 갖다 드리려 가서 뵌 아버지의 모습은 환자보다 더 아파 보였습니다. 그때 이건 내가 갈 길이 아니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만약 제가 의사가 되었더라면 평생 동안 아버지의 후광 아래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했습니다. 물론 제가 토목을 선택한 것은 불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루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충기 교수는 스스로를 ‘범생이’라고 부른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교수실에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연구에 매진해왔고 다른 일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모습은 처음과 끝이 한결같아야 한다라는 의미의 ‘시종여일(始終如一)’을 삶의 철학으로 삼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국가와 사회, 그리고 인류를 위해 헌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충기 교수. 그의 모습에서 ‘우리 시대의 진정한 학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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