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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한국농수산대학 송천영 교수
[Education] 한국농수산대학 송천영 교수
  • 임지원 기자
  • 승인 2022.06.15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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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동안 한결같은 화훼품종 개발과 보급, 꽃과 함께하는 힐링의 삶이었습니다"

 

지난 4월 21일에 개최된 제55회 과학의 날을 맞이해 과학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과학인들에 대한 포상이 있었다. 이날 영광스러운 ‘대통령상’은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송천영 교수가 수상했다. 송 교수는 지난 35년간 우리나라 화훼산업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기술이전을 했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90여 개의 화훼 품종 등록 및 기술이전을 하고, 무려 105편의 논문을 쓰고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한국화훼학회 회장과 원예학회 부회장을 역임하여 원예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이번 과학의 날 행사에서의 수상자들은 대부분 일반 과학, 의학자들이었으며 농학자는 송천영 교수가 유일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화훼에 투신해온 지난 세월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두 번의 대통령상 수상
우리나라 화훼산업은 2005년 1조 원의 생산액을 보인 후, 꾸준하게 하락해왔다. 지금은 반 토막이라고 할 수 있는 5천억 원 수준이다. 이렇게 하락하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 자체가 화훼산업의 최적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있기 때문에 난방비가 적지 않게 들어간다. 전체 생산비의 30~40%가 난방비로 들어가고, 인건비도 매우 비싼 편이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한 중국의 곤명, 베트남의 달랏 등지에는 이런 난방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고 인건비도 엄청나게 저렴하다. 시설도 제대로 갖출 필요가 없어 비를 가리는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가격 대비 4분의 1이면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화훼산업이 국제적으로 경쟁하기에는 애초에 제약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화훼의 생산보다는 종자를 통한 경쟁력일 수밖에 없다. 송천영 교수는 그간 새로운 종자의 개발과 보급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는 충남대학교 원예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딴 후 미국 노스 캘리포니아(North Carolina) 주립대학 원예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품종 개발의 한길을 걸어오고 있다. 우선 이번에 ‘대통령상’을 수상한 소감부터 들어보았다. 

“그간 화훼품종을 개발하는 것을 제 인생의 미션이라고 생각하면서 해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이렇게 대통령상을 받으니 더할 수 없는 영광입니다. 제가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7년에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받았는데, 그때는 품종을 잘 만들고 학생들 교육을 잘 시킨다고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품종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산업체에 이관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공적을 인정해주신 것 같습니다.”

송 교수가 이제껏 개발한 신품종은 90여개나 되기 때문에 언급하자면 끝이 없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팬지, 페튜니아, 매리골드, 맨드라미, 백일홍, 프리뮬라, 백합, 시클라멘 등이며, 그간 수업에만 의존해왔던 아시아틱백합 17개, 나팔나리 5개, 페튜니아 35개, 팬지 22개, 매리골드 2개, 맨드라미 3개, 프리뮬라 2개, 시클라멘 3개 등을 국립종자원에 등록했다. 이러한 성과로 인해 이제까지 각종 신문과 방송에 122 차례나 홍보를 한 경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단순한 품종개발을 넘어 꾸준하게 산업화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그간 국내 주요 육종회사인 농우바이오, 동오시드에 기술을 이전했고 농업회사법인인 휘게팜, 다드림, 대신원예 등에도 24차례나 기술을 이전했다. 

그는 이렇게 활발하게 품종을 개발하면서도 수많은 연구 논문과 저서를 집필했다. 화훼 생리 및 육종에 관련해 한국원예학회 및 한국화훼연구지 등에 105편의 논문을 게재했고, 논문의 우수성이 인정되어 원예학회 우수논문상을 2회(2002년, 2006년)나 수상했다. 또한 농업인 양성을 위한 저서도 15권이나 써냈다. 그는 최근에도 <분화용 나팔나리 재배 및 육종>(2020년), <분화 및 조경용 아시아틱나리 재배 및 육종>(2021년), <화훼학>(2021년)을 집필하면서 관련 지식을 전파하는데 앞장서왔다. 

 

 

‘종자 강국’ 되기 위한 일념으로
송 교수가 이토록 열정적으로 화훼산업을 발전시키려고 한 것은 화훼품종의 국산화와 기업들의 산업화에 기여를 하기 위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수입 품종들은 우리 기후 조건에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또 우리 정서와도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기후를 최대한 감안한 품종을 탄생시키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품종개발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반면, 당장 큰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비를 받는 저 같은 사람이 최대한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네덜란드와 미국, 일본 등이 종자 강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종자 개발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이러한 종자 강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송 교수는 다양한 학회 활동과 전문가 활동을 통해 산업의 발전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간 한국화훼학회 회장, 한국원예학회 부회장, 한국원예학회 육종분과 부회장, 원예과학기술지 육종분과 편집위원장, 한국원예학회 편집위원, 한국화훼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종자연구회 이사, 국제원예학회 출판위원회 위원, 국제 심포지움 조직위원 등의 학회 활동을 했다. 또 전문가 활동으로는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 현장명예연구관, 경기도농업기술원 기술전문위원, 경기수출화훼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 단장 및 충남 태안 꽃 축제 추진위원 등을 역임했고,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농식품 인재 장학생 선발, 대한민국 우수 숙련기술인 선정 평가 등 250여 건의 원예 관련 평가 및 심사를 했다. 

그의 이러한 다양한 노력은 현재 현실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세종수목원’이다. “이제까지 많은 품종을 개발해왔고 이제 그 결과가 현실적인 국산화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세종수목원에서는 국산 품종 시연회를 개최했고 익산 국화꽃 축제에서도 일부 품종은 제가 개발한 것입니다. 이제 공공기관에서도 국산 화훼를 시민들에게 더욱 알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또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했던 노력의 결과들이 일반시민들에게 전시된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뿐만 아니라 송 교수는 후진양성에서도 ‘현장 중심의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그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국립 한국농수산대학교는 3년제 과정으로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특별한 자격 제한 없이 입학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농업인도 얼마든지 이론과 실습을 동시에 공부할 수가 있다. 1997년에 개교한 이래 이제까지 5,6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농어촌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왔다.

 

 

꽃을 보면 힐링해왔던 삶
“농촌진흥청의 연구원으로 10여 년 있다가 이곳의 교수로 부임해왔습니다. 우리 학교는 농업이나 농촌의 현장으로 나가는 전문인을 배출하는 곳으로 현장감이 특징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학교의 교육 철학에 맞게 이론 50%에 현장실습 50%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 속에 있는 내용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 부합할 수 있는 실습 위주의 수업을 합니다. 연령 제한이 없기 때문에 과거에는 50대의 학생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나이대가 많이 젊어져서 대체로 청년들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보람찬 일은 저의 후학들이 외국에 유학도 가고 다른 대학의 교수로 부임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또다시 농업 전문인을 길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이제까지 해왔던 교수 생활에 큰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송천영 교수는 이제 내년이면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품종개발’ 밖에 없는 듯하다. 퇴임 전까지 지금 육종하고 있는 ‘베로니카 꼬리풀’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보급하고 싶다고 한다. 또한 퇴임 이후에라도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 달려가 재능기부를 할 계획이다. 그가 지난 35년간 해왔던 일들은 그의 삶에서는 힐링이기도 했다. 

“제가 하는 일은 자연의 흐름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꽃을 좋아해서 대화도 하곤 합니다. 동물도 그렇지만 식물도 얼마든지 인간과 교감할 수 있기에 저에게는 많은 힐링을 줍니다. 아침마다 꽃들을 보면서 대화하고 보살피다 보면 좋지 않았던 기억도 사라지고 컨디션이 좋아질 정도입니다. 퇴임하더라도 늘 꽃과 함께하는 삶을 보내고자 합니다.”
어쩌면 꽃만큼이나 직접적이고 직관적으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도 없다. 보는 즉시 마음이 편해지고 ‘예쁘다’라는 마음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한평생 화훼품종의 개발과 보급을 위해 힘써왔던 송천영 교수. 퇴임 이후에도 꽃과 함께 하는 그의 ‘제2의 전성기’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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