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변방에서 중심으로 떠오른 인물을 단 한 명만 선택하라면 단연 강용석 변호사였다. 그는 지방선거 전까지는 정치인이라기보다 ‘유투버’에 더욱 가까웠다. 국민의힘에 복당을 신청해도 거부당했던 인물로서, 딱히 당적도 보유하지 못했다. 그런데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가고, TV 토론에 출연하고, 김은혜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가 언론에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주류 정치인과 같은 위상을 획득했다. 또 선거결과 무려 5만 표가 넘는 표를 받은 것도 놀라운 일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그가 이제까지 자신의 둥지였던 ‘가세연’과 결별의 수준을 겪고 있고 신당 차원에 대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한국 정치판의 한 가운데에서 강용석 변호사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그 정치적 함의를 분석해본다.
강한 생명력 보인 정치 행보
강용석 변호사가 국회의원이 되었던 것은 2008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였다. 당시 마포을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됐고, 이후 평범한 의원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그가 본격적으로 언론에 등장한 것은 2010년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하면서부터이다. 당시 그는 출당 조치를 당했고, 지금 현재까지도 복당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후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언론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결국 각종 예능과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올렸다. 그 후 그는 파워블로거였던 ‘도도맘’과의 불륜 사건에 얽히고 가짜 소송 서류를 만들었다는 혐의를 받고 2018년 10월 구속이 됐다. 이후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구치소 생활까지 해야 했던 것은 정치적 행로에 매우 치명적이었다.
사실 이제까지의 과정만 본다면 강 변호사의 행적은 참으로 ‘파란만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정치인으로서의 생명도 동시에 끝났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의 행보는 주변의 시선에 개의치 않았다.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전 MBC 기자인 정세의 대표와 방송을 하면서 보수 우파의 새로운 스피커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구독자가 90만 명에 육박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받았고, 그에 대한 열혈 팬들도 확보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그의 행보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6월 지방선거를 통해 화려한 부활을 했다. 특히 TV 토론에서 보여준 그의 토론 실력은 보수 지지자들의 환호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은혜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이 진행되면서 그의 행보에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그는 단일화를 요구했지만, 결국 단일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김은혜 후보가 8천 표 차이로 떨어진 반면, 강용석 후보가 받은 표는 5만 표를 넘었다. 결국 그는 ‘보수우파의 역적’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또 적지 않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거기다가 단일화 과정에서 정치적 동지처럼 보였던 김세의 가세연 대표와도 서로 비난을 이어 나가고 있다. 또한 가세연은 유튜브로부터 수익을 박탈당한 상황에서 강용석 변호가가 선거가 끝난 뒤 곧바로 자신의 별도 채널을 열면서 슈퍼쳇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향후 김세의 대표가 그간의 여러 가지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을 폭로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강용석 변호사는 2차, 3차의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강 변호사가 실천했던 ‘끈질긴 생명력’에 비춰보면 그의 행보가 멈춰질 가능성도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언제나 위기가 닥칠 때마다 법률적인 대응을 해왔고, 자신만의 논리를 통해서 지지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의 재산은 과거와는 다르게 80억 원으로 불어있고, ‘강용석입니다’라는 별도 유튜브 채널에서 계속해서 수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따라서 든든한 실탄과 정치적 지지라는 두 가지 무기를 통해서 또다른 행보를 해나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신당 창당 가능성도 있어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당 창당이다. 그는 이미 선거 전에도 ‘득표율이 10%가 넘으면 신당 창당을 할 것이다’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해왔다. 물론 선거 결과 10%에는 턱없이 모자라기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그 가능성들을 열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선거 당시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차명진 전 의원은 ‘자유 우파의 존재감을 보여주겠다’, ‘단일화를 무시한 자들을 기억하겠다’라는 말을 하면서 향후 행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또 우파 진영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역시 ‘1인 정당이라도 창당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심지어 비례대표제를 활용한다면 국회의원 뱃지를 가져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용석 변호사 스스로도 ‘내가 어떤 역할을 할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함으로써 또 다른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사실 강용석 변호사의 행보만 보면 미디어의 활용이 한 정치인의 정치 생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유튜브 역시 미디어라는 점에서 그는 지지자들에게 가장 직접적이면서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했으며, 그 사이에 든든한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까지 확고히 했다. 아울러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극우적 주장 역시 여전히 한국에서는 먹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역시나 과거의 행보들은 쉽사리 대중에게서 잊혀진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도도맘’과의 불륜 사실은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으며, 그와 관련된 일로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불명예스러운 일에 전혀 상관하지 않으면서 다시 정치적 행보를 재개했다. 또 그는 선거 전에 남성잡지 맥심(MAXIM)의 표지 모델을 장식하기도 했다. 당시 주변에서는 ‘맥심이 판매를 포기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오히려 전달의 판매량을 월등히 앞섰다. 이는 강용석 변호사가 보여주는 비호감의 모습에서도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탄탄하게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하지만 여의도 일각에서는 ‘강용석 변호사의 정치활동이 정말 다수의 국민을 위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를 통해 국민의 행복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직업적으로 정치를 선택하고, 자신의 개인적 명예를 위해 정치를 한다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의 존재가 ‘정치혐오를 부추긴다’는 언론의 지적도 있다. 특히 그의 ‘모두까기식’ 법정 대응은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그는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및 증거 조작 혐의를 제기하고 있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이준석 대표가 우크라이나로 가려고 하자 출국금지를 신청하기도 했다. 과연 이러한 행보가 국민의 행복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의 행보가 군소정당의 목소리를 높이는 차원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적 행보를 계속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행보에 따라 극우 보수 지지자들의 지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언제든 ‘상식적인 정치의 사각지대’는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