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돌봐야 하는 제1의 주체는 단연 국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가가 그 모든 이들을 다 품기 힘든 면도 어쩔 수 없다. 이럴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지역 사회에서 주변을 돌보며 약자와 함께 하는 봉사단체의 존재이다. 이들은 때로 국가와 협력하고, 때로는 순수한 회비에 의지해 지역의 손과 발이 되어 약자들을 돌보고 따뜻하게 보살핀다. 지난 1994년에 창립해 30년간 봉사활동을 한 대표적인 단체가 바로 ‘사랑과 봉사회(회장 김중필)’이다. 이곳은 순수한 회원들의 회비를 통해서 각종 먹을거리와 물품을 마련해 백혈병 어린이 환우,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식지 않은 열정으로 단체를 이끌어 오늘날 전국에 5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익단체로 지정된 이곳은 전국을 무대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오늘 하루라도 웃음꽃이 만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오랜 세월 묵묵하게 ‘사랑과 봉사회’를 이끌고 있는 김중필 회장을 만났다.
우연한 기회가 계기가 되어 봉사활동 시작
김중필 회장은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하기 전 경기매일, 경기도민일보, 도민일보의 기자를 무려 30년간이나 해왔다. 베테랑 언론인으로서 지역 사회의 현안과 이슈를 취재하고 주요 인물들을 인터뷰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인 역할에 충실해 왔다. 언론일을 하면서 그는 영화감독을 거쳐서 제작까지 했으며, 지금도 문화예술 분야에서 광범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사랑과 봉사회’는 군부대를 비롯해 노인요양소, 소년소녀가장돕기, 정신지체아 보호소, 교도소 등을 다니며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소외당하고 외로운 이들을 돕기 위해 생겨난 단체이다. 물론 처음부터 김중필 회장이 매우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우연한 기회에 노인들을 한번 도왔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 활동을 무려 30년간이나 이어오고 있다.
“회사에 다닐 때 노인들이 길거리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안쓰러운 마음에 고기와 소주를 사다가 드리는 일이 처음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경로당에 조금씩 다니자 어르신들이 매우 반가워하고 해서 그때부터 군포역 효자경로당에 3년 동안 매주 토요일에 식사를 제공하게 됐습니다. 방송 피디시절에 연예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서 공연을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봉사단체로 기재부에 등록하고 기부도 받으면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활동을 넓히고 회원을 모집하다 보니 어느덧 서울지회는 물론 서울 남부 지회에 이어 경기도 지회를 설립하게 됐고 전국에 5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면서 단체의 힘은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1994년 ‘SH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봉사활동은 1999년 ‘사랑과 봉사회’라는 이름으로 정식 등록했고 2002년 5월에 상호등록과 함께 경기 제0422호 비영리 단체로 등록하게 됐다.
또 김중필 회장은 2004년에 서울대병원에서 심장판막 수술을 받으면서 그곳에 있는 백혈병 환우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때부터 시작한 것이 바로 ‘희망 콘서트’였다. 또 군부대 위문 공연을 갈 때면 헌혈증을 받아 백혈병 환우들에게 지원하는 등 단체의 활동은 점점 시너지 효과를 얻어가기 시작했다. 또 과거에 도움을 받던 사람들이 어느덧 건강해지고 사회복지사가 되어 김 회장을 찾아온 때도 있다고 한다. ‘자신의 남은 인생도 회장님처럼 남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있다’는 것. 이렇게 해서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이들은 점점 늘어났고, 회원들 중 재능기부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늘어나서 공연은 더욱 풍성해질 수 있었다. 최근에도 그 활동은 매우 활발하다. 고성에 산불이 났을 때, 삼척에서 물난리가 났을 때도 5톤 트럭에 지원 물품과 먹을거리를 잔뜩 싣고 현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잘 드러나지 않은 불우 이웃 찾아가
이후 김 회장은 문화예술 쪽을 더욱 강화하기 시작했다. ‘사랑과 봉사’의 영어 철자를 딴 ㈜SB를 설립하고, 연예인들의 재능기부를 받아서 독거노인과 백혈병 환우들을 더 자주 찾아갔고 그로 인한 보람도 점차 늘어났다. 김 회장은 자신의 이러한 활동은 현대 사회의 발전과 세계화라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척박해지고 있는 결과라고 여긴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물질적인 풍요와 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삶의 편리함이 높아지는 반면에 사람들의 개인화 경향과 이기적인 본능 또한 높아져 뜻하지 않게 소외되는 이웃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처럼 가치관의 변화는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면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함께하기 보다는 딱딱한 콘크리트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알알이 부서져 튕겨 나가고 있으며, 세계의 경제위기는 우리의 경제도 위축시켜 배고픈 이웃은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높아져 가는 이기적인 마음과 경제적인 어려움은 우리의 주변에 있는 소외되고 배고픈 이웃들의 어려움을 감싸주지 못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척박하게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결국 김중필 회장이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받들어서 활동하다보니 지난 30년간을 불우한 이웃과 함께 해온 것이다. 이러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이른바 ‘소외받는 사람’이란 분류도 때로는 허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현재 김 회장은 군포시에 있는 50개의 가정을 별도로 지원하고 있는데, 처음 공공기관으로부터 불우한 이웃에 대한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는 것. 생각보다 그들이 잘살고 있었고, 그들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서류상으로는 자식이 있어서 그들의 부양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막상 그 자녀가 교도소에 가서 소식이 완전히 끊겼다든지, 혹은 부모와 살고 있다는 청소년들도 실제로는 부모가 도망간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김 회장은 이렇게 공공기관도 잘 찾아내지 못하는 곳을 찾아 다니면서 후원하는 일을 그간 많이 해왔다고 한다. 특히 ‘사랑과 봉사회’는 다른 봉사단체에서는 하지 못하는 문화공연을 기획해서 직접 제작하고 이를 통해 지역 축제에 참여하는 일도 많이 해왔다. 함평나비축제, 당진 줄다리기 축제, 강화인삼축제 등에 참여했으며 ‘장애인 가요제’를 기획해 만들기도 했다. 또 노인문화공연을 시작했으며 ‘참사랑경로공연’도 만들어 어르신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들은 분명 다른 봉사단체와는 차별화된 활동이며 앞으로도 더욱 권장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봉사라는 것도 단순히 그들에게 필요한 것, 먹을 것을 전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프트 파워가 중심이 되어 문화적으로 그들을 더욱 행복하게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에게 웃음 주는 공연하고 싶어
마지막으로 김중필 회장은 ‘사랑과 봉사회’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다음의 메시지를 남겼다.
“저는 중앙회 회장의 역할과 책임을 항상 되새기며, ‘사랑과 봉사회’가 우리 주변의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따스함을 나눠 줄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저는 모든 회원님과 함께 세계 속의 ‘사랑과 봉사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회원 간의 소통과 화합입니다. 소통과 화합이 전제되어야만 우리 단체에서 추진하는 정책과 사업이 더욱 큰 결실을 이루어 따스함의 온기를 세상 구석구석에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리며 회원님 모든 분께 늘 행복과 건강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김 회장은 향후 ‘사랑과 봉사회’의 자체 건물을 꿈꾸고 지금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풍요로운 공연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 단위에서 대지를 500평 정도 마련해준다면 그곳에 단체 건물을 짓고 무료로 실버세대를 위한 강좌, 문화강좌 등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런 독자적인 공간이 확보되면 이용자들도 보다 편안한 마음에 언제든지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역 사회에서 ‘봉사의 거점’이 되어 지역 커뮤니티를 이끌면서 보다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는 웃음이 최고의 보약이다’라는 말에 따라서 그들이 늘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싶다는 것. 또 정부의 지원을 통해서 학생들을 위한 교육영화도 제작하고 싶다고 말한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사랑과 봉사회’ 김중필 회장의 봉사 인생의 시작은 지금부터인지도 모른다. 그의 열정이 식지 않는 한, 이웃에 대한 사랑과 배려는 늘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사랑과 봉사회’에 대한 기부를 통해서 이웃 사랑을 실천하면 더 밝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