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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을 바꿀 수 있을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을 바꿀 수 있을까?
  • 시사뉴스매거진
  • 승인 2024.01.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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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임명됐다. 사법부의 수장이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직행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일련의 당내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수장이 되었다. 물론 여권 일각에서는 ‘한동훈이라는 카드를 지금 쓰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다’라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여권 내부의 마음이 ‘급하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중에 써먹는 것도 좋지만,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나중도 존재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한동훈 위원장이 소환된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4월 총선의 승리’이다. 이것이 여당과 보수세력이 한 위원장에게 가장 기대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 위원장의 행보는 이러한 기대에 승리로 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서 앞으로 그의 행보는 어떻게 변화될 수 있을까?

‘불출마 선언’이 가지는 보이지 않는 함의

정치가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과의 협력과 협치이며, 또 하나는 그 반대 세력과 싸워 그들을 청산하는 일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을 향한 거센 반대의 물결을 없애면서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투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보수와 진보라는 한쪽 편향에서 벗어나 얼마나 중도층을 끌어들여 협력을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며, 이를 통해서 상대 진영을 중도층으로부터 갈라치기 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동훈 위원장이 처한 지금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협력과 협치’보다는 ‘청산’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된 후 연설을 통해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으며 ‘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민주당을 향해 ‘무기를 다시 들자’라고 말했다. 이는 야당과 진보세력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선전포고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이 방법 자체가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정치란 때로는 청산과 대결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가용한 모든 무기를 들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그것이 ‘민심’과 방향이 맞냐는 점이다. 특히 4월 총선에는 이미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작동하는 상태이다. 만약 한동훈 위원장이 선택한 청산과 대결의 방법이 민심과 충돌하게 되면 결국 선거에서 처절하게 패배하는 것밖에 남을 것은 없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일단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대통령 지지도는 거의 1년 이상 긍정 35%, 부정 65%로 굳어진 상태이다. 일반적인 중도층은 거의 다 ‘부정 평가’로 넘어간 상태로 봐야 하며, 이들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찍을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그럼에도 한동훈 위원장은 ‘청산과 대결’을 선택하고 ‘무기를 들자’라고 말한 것은 사실 민심과 정반대로 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도대체 그는 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동훈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이 가지는 함의를 알아야만 한다. 여기에 대해 일부 정치인들과 평론가들은 그의 ‘불출마 선언’이 총선 패배 후의 일종의 탈출구를 심어 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물론 그는 비대위원장의 수락을 통해서 정치권에 입문하기는 했지만, 출마를 사전에 포기했기 때문에 완전한 정치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지 않고 그 자신도 선거에 출마한 후에 패배한다면 ‘정치인 한동훈의 패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는 애초에 출마하지 않았으니, ‘비대위원장으로서의 패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한 위원장이 다시 살아날 기회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특히 지금의 정세가 국민의힘에 워낙 불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만큼 해낸 것도 다행이다’,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동정론이 생겨날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러니 그는 또 다른 국무위원으로 갈 수도 있고 총리로도 갈 수가 있다. 특히 기성 정치인들처럼 선거 후에 외국으로 나가 1년 정도만 지나면 다시 보수진영의 ‘떠오르는 태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선거 패배 이후 빠져나갈 방법은?

그런 점에서 이번 한동훈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신의 두 발을 다 담그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 선거 패배 후에도 빠져나갈 길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위원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내는 것이 목표의 전부일 수도 있다. 총선 승리는 나중 문제이며, 일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몇 가지 문제만을 해결하고 손을 떼면 나중의 정치적 생명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보여진다. 하나는 김건희 특검법을 막는 것이며, 또 하나는 이른바 야권의 표현에 따르면 이른바 ‘공천학살’을 통해서, 윤 대통령의 사람들이 대거 정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는 것이다. 결국 한동훈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에 관해서는 큰 관심이 없을 수가 있다. 그냥 윗사람이 시킨 것만 해 놓고, 자신에게 그 책임만 돌아오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그의 역할 수행은 이미 검사들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상급자가 정해놓은 수사 방향에 충실하게 맞춰서 수사하고 기소하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상급자가 책임지는 일이고, 그 이후의 일은 판사가 하는 일일 뿐이다. 수사 검사가 섣불리 재판의 결과까지 예상할 수는 없고, 또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자신이 맡은 특정한 수사의 역할만 끝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동훈 위원장의 등판은 이렇게 과거 ‘상급자 윤석열 검사-하급자 한동훈 검사’의 역할 수행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고 볼 수가 있다.

거기다가 ‘스마트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는 한동훈 위원장이 아무런 뒷일도 보장받아 놓지 않은 상태에서 선뜻 오로지 충성심 하나로 비대위원장을 맡았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예측에 신빙성이 더한다. 그의 나이는 50살이며, 다시 검사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번 정치에 발을 디뎠으면 이제 나머지 인생은 정치판에서 승부를 보아야 한다. 그런데 선거 패배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국민의힘이라는 당에 들어와서 짧으면 1개월, 길면 3개월의 수명에 불과한 비대위원장 역할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자신이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별도의 프로세스를 이미 가동해 놓은 후 비대위원장을 수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구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가장 큰 대전제 하나가 있어야 한다. 바로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얼굴로 선거를 치러도 승리할 수 있다는 윤 대통령의 자신감이다. 지금 한동훈 위원장이 당장 눈앞에 놓인 김건희 특검법을 막고 공천 물갈이만 한다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선거에 승리하겠다는 대단한 자신감이 있어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하면 원하는 모든 것들이 이루어져 있을 수 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물리치고, 자기 사람을 당선시켜 국민의힘을 장악하고, 한동훈 위원장은 더 높은 곳으로 영전하게 되는 매우 행복한 시나리오다. 정말로 윤 대통령이 이런 자신감이 있다면 이는 사실 대단한 도전, 혹은 도박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지지도가 총선에서 미치는 그 절대적인 영향력은 이미 수십 년간 증명됐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인식은 이와는 전혀 상반되기 때문이다. 과연 윤 대통령의 생각이 옳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이제까지 수없이 반복됐던 민심의 역사가 옳을까? 그 진실을 증명할 시간이 재깍재깍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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