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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왜 불안하고 무서워졌나?
한국 사회는 왜 불안하고 무서워졌나?
  • 시사뉴스매거진
  • 승인 2024.01.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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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불안하고 무서워졌다. 늘 태평성대였던 적은 없었지만, 지금처럼 위험한 사회는 아니었다. 각종 일상 속의 사소한 갈등이 범죄로 번지고 가정에서도 폭력이 난무한다. 뿐만아니라 ‘묻지마 범죄’는 평범한 길거리를 한순간에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버린다. 아파트에서의 층간소음은 어떻게 보면 너무 일상적인 갈등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사소한 주차 시비가 살인으로 번지기 시작한다. 한국 사회는 왜 이런 사회가 되어버렸을까? 이러한 변화의 주요 원인은 ‘분노’라고 할 수 있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서 우월감과 열등감이 생겨났으며 그것이 해결될 기미가 없자 결국 각 개인이 분노를 통해 그것을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범죄 자체는 개인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사회적 해법을 추구하지 않는 이상,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분노, 범죄는 이제 멈추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사소한 일로 죽이고, 때리는 일 많아져

아파트 층간소음은 매우 위험한 범죄의 요소가 되었다. 단순히 자제를 부탁하고,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리며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10년간 층간소음으로 인해서 17건의 살인이 발생했고 45건의 살인미수가 생겼다. 방화, 강간, 상해, 협박, 폭행도 다반사다. ‘이게 사람까지 죽일 일인가?’라는 반문이 들기도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가간다. 최근에는 ‘벽간소음’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옆집, 혹은 옆방에서 들리는 소음으로 인해서 사람이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지난해 초에는 소음으로 옆집에 살던 40대 남성을 목졸라 살해한 사건까지 있었다.

가정폭력도 꾸준하게 증가세이다. 2018년 가정폭력 사건은 8,150여 건 이었다. 이것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증가했다. 2022년은 1만 300여 건에 육박하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성이었다. 아동학대는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8년 3,700여 건 정도였지만, 2021년에는 무려 1만 600여 건으로 폭증했다. 전체 가해자의 80%는 친부모였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는 그저 통계일 뿐, 여기에 잡히지 않는 더 많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런 범죄는 당사자들이 직접 신고하지 않으면 피해접수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가정폭력의 증가 문제는 코로나19 시대에 전 세계에서도 발생한 공통된 현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이 공통되는 현상이라고 용인되어도 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가장 최근에도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 하나가 있다. 바로 홧김에 6개월 딸을 15층에서 던져 숨지게 한 친모의 사건이었다. 친모의 나이는 고작 25살에 불과했고, 남편과의 다툼이 원인이 되었다. 성인도 아니고 생후 6개월 된 아이가 사망했다는 것은 매우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묻지마 칼부림 사건은 우리 사회 전체를 충격과 슬픔으로 몰아 넣는다. 2002년부터 이런 사건들이 있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 더 잦아졌다. 2023년에만 해도 조선(33)이 신림역 4번 출구 일대에서 얼굴조차 모르는 시민들을 상대로 칼부림을 자행했다. 1명이 사망했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최원종(22) 역시 분당 서현역의 한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난동을 저질러 14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물론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고 정신병 진단을 받았다. 또한 꾸준하게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문제를 단지 개인의 문제라고만 치부하기는 힘들다. 그들이 정신병을 얻게 된 계기 자체가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정확하게는 ‘외로운 늑대’라고 보아야만 한다. 무리에서 배제된 외로운 늑대가 이 사회에 반감을 가지고 복수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시간 고립되고 방치되어온 그들이 결국 범죄라는 탈출구를 통해 그간의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인 해결책 없을까?

이러한 각종 일상의 갈등과 묻지마 범죄 같은 것들이 생겨나는 근원적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억울함’을 꼽는다. 사회가 지속적으로 양극화되고 사회적 기회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그것이 억울함을 부르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분노로 변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일상 속에서 생길 법한 사소한 갈등을 계기가 폭발적으로 표출된다는 이야기다. ‘불안’이라는 감정에도 주목해야 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는 병’이라고 칭해질 정도로 한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희망이 사라지고 당장 오늘과 내일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불안은 처음에는 사람을 위축시키게 된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이 불안은 외부로 표출되면서 더 강하게 공격성을 띈다. 특히 자신의 불안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한 심리가 발동되면서 더 파괴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전문가는 지금의 사회를 ‘전대 미문의 위험 사회’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분노가 파괴적이며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중요한 점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극도의 경쟁을 멈추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달성하게 한 힘은 단연 경쟁 때문이었다. 부(富)가 축적되고 시스템이 마련되고,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 경쟁은 단연 폐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난하고 소외된 자의 양산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사람들은 반드시 역습과 복수를 하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자신들이 속했던 공동체를 향해서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따라서 일단은 무자비한 경쟁을 멈추게 되면 그들의 불안과 분노가 잠재워지면서 문제가 조금씩 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파괴된 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다. 적자생존, 각자도생, 양육강식의 사회를 바꿔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러한 대부분의 범죄들이 취약계층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자리가 없어서 생계에 곤란을 겪게 되면 사람은 극도의 불안에 빠지게 되고 결국에는 분노심을 키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들이 강자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의 사람을 공격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약자가 약자를 향해 칼을 드는 형국’이 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울타리를 통해서 그들이 구제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질 경우, 취약계층의 양산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고,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불안과 분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길은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인다. 특히 정부의 정책들은 문제의 맥을 전혀 못 짚은 듯이 보인다. 정부는 각종 흉악범에 대해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나 ’사형제 부활‘ 등 엄벌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사후 처벌로 얼마나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적으로 처벌이 없었던 때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사후적인 처벌은 그냥 사법적인 처벌일 뿐, 피해를 온전히 복구하지도 못하는 조치일 뿐이다. 결국 한국 사회의 ‘대전환’이 시작되지 않는 한, 이러한 일상 속의 사소한 갈등이 계속해서 극악무도한 범죄로 비화되는 일은 또다시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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