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산벌 저 끝에는
신라의 흙먼지로 천지를 가르는데
백마강 심연의 사비의 용은
소정방 창끝에서 몸부림치다
여의주를 놓아 버렸다
기운이 다한 부여성은
굶주린 이리떼의 아가리 앞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갈 곳마저 잃었다
그 끝을 향해 달리는 공포가 있다
연이어 달리는 공포는
3000개의 꽃이 되어
백마강에 흩뿌려져 내린다
이제 혼이 되어 버린 절벽은
떨어져 간 핏빛의 꽃잎들을 잔잔히 품고
무심한 나그네에게 그날을 들려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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