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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3일 간의 비', 통속적 난해함
연극 '3일 간의 비', 통속적 난해함
  • 전인수
  • 승인 2017.09.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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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간의 비’(이하 3일비)는 2003년 토니상 수상자인 미국의 유명 극작가 리차드 그린버그의 작품으로 1997년 캘리포니아 사우스코스트 레퍼토리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국내에서는 악어컴퍼니의 이번 공연이 초연이다.

 

그린버그는 난해한 작품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언어를 통해 인물 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이번 공연 3일비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난다.

 

연극은 1995년 맨하튼의 낡은 아파트 2층에서 시작된다. 건축가로 유명했던 아버지 네드가 죽고 유산을 받기 위해 아들 워커가 아파트에 나타난다. 연락을 받은 누나 낸은 동생을 찾아 온다. 항상 어디론가 사라지곤 해서 누나를 걱정시키는 워커는 아버지의 일기장을 찾았다며 또 다시 낸을 당황하게 한다. 그리고 네드의 파트너로 일하던 건축가 테오의 아들 핍이 찾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전개가 시작된다.

 

이후부터 연극은 아버지 네드의 일기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막과 2막으로 구분된 극 구성은 1995년과 1960년 각각 미국의 두 시대를 다룬다. 1막에서는 함께 건축 사업을 했던 네드와 테오의 자녀 세대 워커, 낸, 핍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일기장이 기록된 시기를 보여주는 2막에서는 아버지 세대인 네드, 테오 그리고 워커와 낸의 어머니 라이나의 다룬다. 이 두 시대의 간극을 연결해주는 것은 작가가 작품 속에 설치한 추리적 요소다.

 

네드의 아들 워커가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는데 일기장의 모든 내용이 단문으로 사실만 적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첫 장에는 마치 미스터리처럼 ‘3월 4일 – 5일 삼일 간의 비’라는 말이 적혀 있다. 이 건조한 글이 관객들을 2막으로 이끈다.   

 

2막은 이 3일 간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왜 일어났는지를 쫓아가면서 60년대를 살아온 아버지 세대의 삶을 그린다. 그리고 이는 95년의 자녀 세대와 결국 맞닿게 되면서 세대적 정체성을 드러내며 이는 곧 미국적 정체성으로 확장된다.

 

이렇듯 3일비는 미국의 특정한 시기를 다루면서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와 정서를 통해 미국적 삶을 탐구한다. 하지만 작가의 의미는 때론 너무 중의적이고 애매모호한 느낌을 주고 있어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관객들은 단순히 작가가 써 놓은 대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 인물들이 표현하는 감정과 분위기를 통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런버그는 마치 의도적으로 관객들에게 혼란을 만들어 이야기에 깊이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작품은 연출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연출자의 연출 방향에 따라 작품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오만석과 배우들은 각종 인터뷰에서 이 연극에 대한 어려움을 자주 호소했다. 작업 과정 동안 많은 토론을 했다는 말도 뒤따른다.

 

오만석은 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대본 각색을 진행했다고 한다. 어떤 장면은 완전히 새롭게 창작된 장면도 있다. 하지만 쉬운 각색과 쉬운 접근이 항상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작품을 오독하게 되지는 않을까.

 

연극을 보고 나면 작품 연출과 대본 각색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졌는지 짐작이 간다. ‘클로저’, ‘극적인 하룻밤’, ‘나쁜 자석’ 등 제작사 악어컴퍼니의 전작들은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그간의 작품들은 그런 목적을 얼마간 달성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3일비에서는 다소 통속적인 느낌이 읽힌다. 인터뷰에서 밝힌 작품의 해석과 연출적 표현이 상반된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언제나 판단은 개별 관객의 몫이다. 언제나 관객이 정답이다.

 

‘3일 간의 비’는 아트원씨어터에서 9월 10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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