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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혹은 레지스탕스, 주식회사 글로스퍼(GLOSFER)
테러리스트 혹은 레지스탕스, 주식회사 글로스퍼(GLOSFER)
  • 정희
  • 승인 2018.01.12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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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스퍼 김태원 대표

 

 

 

 

글로스퍼의 주 사업 분야는 블록체인이다. 가상화폐 사업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지난 9월 국내 세 번째로 가상화폐를 공개(ICO)해 출사표를 냈다. 글로스퍼의 가상화폐인 하이콘(Hycon) ICO는 약 148억 원을 끌어 모으며 화제가 됐다. 다만 글로스퍼는 가상화폐가 ‘파생상품’일 뿐이라고 말한다. 블록체인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기술적 측면뿐만이 아니다. 사상적 측면에서도 블록체인은 시대적 요구이다.

 

블록체인 이용한 다각적 사업 진출

“전국의 지자체를 두루 컨택하고 다녔다. 할 얘기가 있으면 시장이든 도지사든 만나려고 노력했다. 공무원들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다행히 노원구에서 최초로 마음의 문을 열어 주었다. 지자체에서 암호화 화폐기술을 공유하는 건 전 세계 최초다”

 

글로스퍼는 현재 노원구와 협약을 맺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지역화폐 노원’을 준비 중이다. 지역화폐 노원은 성남시에서 시도한 바 있는 ‘청년배당’과 유사한 개념이다. 성남시 ‘청년배당’은 청년들의 취업난을 돕고 경제적 어려움을 일부나마 해결하게 하려는 좋은 의도에서 실행된 정책이다. 하지만 일부 혜택을 받은 청년들이 ‘상품권깡’을 통해 현금으로 바꿔 유흥비로 사용하는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지원금의 사용처에 대한 윤리적 문제는 개인의 시선에 따라 다를 것이다. 문제는 정책 실행에 앞서 의도했던 순기능은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스퍼는 블록체인이 다양한 역기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 실현 후 사후적 현상을 통해 관리해야 했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주체에 공유된 정보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잡아내는 블록체인 시스템은 일부의 문제를 실시간으로 잡아내는데 유용하다. 가상화폐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편리한 사용을 보장하는 것이다.

 

사업 자체의 의미도 깊다. 노원구는 ‘지역화폐 노원’을 지역의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통해 수령하도록 계획 중이다. 글로스퍼의 김태원 대표는 해당 사업이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원시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

 

“선진국에서는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사회에 공헌을 많이 해서 어깨를 펴고 산다. 봉사와 사회 공헌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렵다. 그래서 경제적 가치로 환원시켜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또 다른 사업 분야는 저작권 관리이다. 글로스퍼는 지난 9월 14일 음원유통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는 재미컴퍼니(GEMMY COMPANY)와 MOU를 맺어 블록체인 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 재미컴퍼니는 가수, 작곡가 등 관련자들이 데뷔의 어려움과 협소한 음원 저작권 수입으로 인해 우리나라 음악 사업의 발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재미컴퍼니의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해 불법적 음원 사용을 잡아내고 이를 통해 음원 제작자들에게 적절한 수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밖에 글로스퍼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지역 보건소와 연계한 건강관리 사업, 코코브 컨텐츠 기반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이 있다. 진행하는 사업들의 공통점은 그 의미에 공공성이 포함되어 있으며 매우 민주적이란 점이다. 사업 성격의 유사성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블록체인은 그 구조자체에서 탈중앙화의 특수성을 갖고 있다. 글로스퍼 사업의 핵심이자 정신적 가치다.

 


 

블록체인이라는 사상

블록체인은 시스템 상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의 거래 장부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장부들은 특정한 시간 단위에 따라 선형적으로 묶여서 블록으로 연결이 된다. 모든 블록은 개개의 주체에 동시적으로 기록이 된다. 다수의 정보가 모두에게 공유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잡아내는 것이 아주 쉬워진다. 블록체인 자체의 보안은 현재로서는 완벽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구조의 민주성과 독립성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민주성은 그 구조에서 온다. 지금까지 모든 전산화된 시스템은 중앙집권화 되어 있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개개인이 제각각 중앙이 될 수 있는 구조이다. 중앙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고 옳고 그름의 판단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개인에 의해 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개인 거래의 자율성은 필연적이다.

 

기존 사회 시스템 구조와 블록체인 구조의 관게는 판옵티콘(Panopticon)과 시놉티콘(Synopticon)의 관계와 유사하다. 판옵티콘은 1791년 제레미 벤담이 고안한 원형감시시설이다. 소수가 다수를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구조로 중앙의 감시 시설에서 사방의 수형자들을 감시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현대 사회의 권력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대해 논의하면서 판옵티콘을 인용했다. 현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집단 체계는 주로 판옵티콘의 구조를 갖고 있다. 중앙 은행이 가장 적절한 사례다. 은행은 중앙집권화된 시스템에서 모든 결정을 독점한다. 통화정책과 각종 제재‧완화의 실행은 독자적이며 그에 대한 정보도 독점한다. 이용자의 실제 자산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일방적인 중앙 시스템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중앙집권화된 시스템은 종종 불합리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2007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시 증권회사들의 탐욕을 들었다. 하지만 여파의 부담을 져야 했던 것은 일반 국민들이었다. 기존의 경제 시스템은 이처럼 소수의 결정을 다수가 떠받치는 형태로 되어 있다.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시스템 하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치 않은 부담을 진다.

 

블록체인은 시놉티콘의 구조를 닮았다. 시놉티콘은 언론과 통신을 통해 소수 권력자와 대중이 동시에 서로를 견제하는 구조로 노르웨이의 범죄학자 토마스 매티슨이 주장한 개념이다. 제각각 서로를 감시하는 시놉티콘은 일부 소수가 권력을 통해 다수를 이끄는 것이 아닌 그 반대를 가능하게 한다. 다수의 의견이 소수 기득권층의 잘못된 의견을 수정할 수 있는 것이다. 수평적 관계의 인터넷 사회가 부패한 기득권층의 부정을 잡아내는 것처럼 블록체인은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권리를 공유한다. 즉 블록체인은 소통을 지향한다.

 

글로스퍼의 김태원 대표는 이 점에 주목한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시스템이 대단해서 전 세계가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밖에 해결할 수 없는 사상이 있기 때문에 열광한다고 본다. 블록체인은 참여한 사람이 이득을 가져가고 참여한 사람이 책임을 진다는 직접민주주의 사상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블록체인을 기술이라기보다 사상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이 우리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블록체인이 단순히 경제적 현상의 부수적인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에 사용될 경우다. 개인적 윤리에 기대기보다는 시스템의 특성을 믿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병역 기피 문제에 있어서 한두 명의 군의관의 윤리적 의무를 전적으로 신뢰할 순 없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모든 군의관이 책임자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소수의 권위자보다 다수의 의견을 신뢰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가상화폐, 하이콘

현재 비트코인이 투기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에는 김 대표도 동의한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와 달리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산업 중의 하나로 발표 됐다. 예산 편성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원천 기술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투기적으로 흐르고 있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분리해서 생각해줄 것을 요청한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의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 역시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완벽한 해킹 방어는 시스템 내에서만 적용된다. 강한 익명성이 악용된다면 다양한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반면에 익명성을 제거한다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사용 방식에 따라 오히려 프라이버시를 침범할 가능성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마치 AI와 같다. 인공지능 기술은 그 자체로 인간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그것을 세팅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원천 기술은 그 자체로 악이 아니다.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운전대를 잡는 것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가상화폐가 파생상품일지 모르지만 글로스퍼는 ICO를 통해 암호화 화폐 발행을 준비 중이고 자체 거래소를 통한 핀테크 사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불법적 ICO를 제한하는 등 글로스퍼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국내 실증화가 유력한 하이콘이 유통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가상 화폐는 익명성과 자율성, 탈중앙화 된 기능 때문에 때론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순기능을 제대로 살린다면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레지스탕스가 될 수 있다. 글로스퍼의 의도가 그대로 시장에 적중해 세상을 조금 더 정의롭게 하는 시스템 구현에 성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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