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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첨단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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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아
  • 승인 2018.01.16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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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스위스, 4차 산업혁명 중심지 된 비결은? 창업지원과 친기업 환경 조성이 급선무

 

 

 

 

4차 산업혁명은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AI, 자율주행기술, 모바일 인터넷, 사물인터넷과 블록체인 등 핵심 기술들이 이미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당면한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로드맵을 준비하고 자본을 투자했다. 정부는 지난 11월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을 발표하고 구체적 실현을 예정 중이다. 각 지자체는 첨단 산업 단지를 준공하는 한편 기업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을 거론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아직 확실한 개념과 분명한 전망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임에도 역량과 자본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4차 산업의 정확한 개념이 정의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우려스러운 이유는 이 같은 맹목성 때문이다. 다수의 주체들이 기존의 산업 발전 방안과 크게 차이가 없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술 개발이 핵심인 4차 산업은 오히려 가장 단순하고 상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초 학문과 교육에 대한 투자 및 지원 그리고 벤처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생태계 조성이 그것이다. 단기간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결과를 얻으려는 주먹구구식 방식은 오히려 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를 위태롭게 만들지 모른다.

 

이스라엘의 실리콘와디와 스위스의 취리히 로봇 클러스터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관심이 뜨거운 첨단산업단지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위협하며 세계의 투자와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했을까.

 

이스라엘, 후츠파 문화와 지원 펀드로 창업 천국

이스라엘의 실리콘 와디(Wadi는 히브리어로 계곡을 뜻함)는 자율주행, 핀테크, IT 등 첨단 산업 기술들이 집중된 4차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인텔이 센서 기술 개발 업체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17조 5600억 원)에 인수해 화제가 됐다. 최근에도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QR코드 관련 암호기술을 다루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비주얼리드를 인수했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기업 콘티넨털은 지난달 설립한 지 5년도 채 되지 않은 보안 업체 아르거스를 4억 달러에 인수해 관심을 모았다. 도요타는 로봇기업 인투이션로보틱스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보도했다. 세계 다양한 기업들이 지금도 이스라엘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성사된 인수합병이 100건이 넘으며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 금액은 16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실리콘와디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실리콘와디 부상의 비결은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들의 창업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연간 최대 1500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활발한 창업 현상의 이유로 자유로운 토론 문화인 ‘후츠파’를 꼽는다. 후츠파는 히브리어로 당돌함, 뻔뻔함이라는 뜻으로 끊임없이 시도하는 정신과 실패하더라도 교훈을 남길 수 있다면 용인하는 문화를 가리킨다. 이스라엘은 높은 교육 수준과 발달된 기술 기반을 갖고 있지만 모든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하는 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창업에 실패했다하더라도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창업 지원도 한 몫 한다. 1993년 이스라엘 정부는 민간기업과 지분을 분산 출자해 벤처 회사들을 지원하는 요즈마 펀드를 만들었다.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 수석과학관을 지낸 애를리히 회장이 고안했다. 정부, 민간 기업이 벤처기업에 투자해 리스크를 부담하되 수익이 발생하면 민간 기업이 정부 지분을 액면가에 살 수 있도록 콜옵션을 부여했다. 2억6500만 달러의 자본이 모여 펀드가 설립됐고 주로 이스라엘의 기술 기반 벤처, 스타트업에 자금이 투자됐다. 다행히 상당수 펀드가 100% 넘는 수익률을 올렸고 펀드 규모도 급증했다.

 

이 밖에도 창업 기업에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기술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예비 창업자를 위한 트누파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갖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캐피털 투자액이 0.38%(2015년 기준)로 미국(0.35%)을 제치고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한국(0.08%)과 비교하면 무려 5배나 많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이스라엘 기업 수는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다.

 

스위스, 친기업 환경과 치열한 교육이 비결

스위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몰고 올 장기 변화에 가장 잘 준비된 나라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로봇은 물론 드론(무인항공기)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혁신기술 분야 인재와 기업, 벤처자금이 몰리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지 와이어드 편집장 출신이자 드론 전문업체 3D로보틱스 창업자인 크리스 앤더슨의 진단처럼 스위스는 ‘로봇공학의 실리콘밸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컴퓨터 바둑 고수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스위스 루가노대의 인공지능연구소(IDSIA) 출신이 세운 회사다. 추그지역에 있는 크립토밸리는 블록체인 가상화폐 기업에 유리한 기업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문턱도 낮다. 각국에서 온 스타트업은 ‘임팩트 허브 취리히’에서 2~3개월가량 머물면서 다양한 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 로봇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리와이어드는 영국 런던에 이어 지난달 1일 스위스 로잔에 유럽 기지를 설립했다. 리와이어드 창업 멤버이자 투자매니저인 이재용 씨는 “스위스엔 세계적인 AI 연구소가 20개가 넘는다”며 “정부가 무슨 기술에 투자할지 등 톱다운 방식의 개입이 없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는 기업과 연구소만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기업과 돈이 몰리고 있는 이유는 인재가 많아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7년 세계인재보고서’와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의 ‘2017년 세계인적자원경쟁력지수’에서 스위스는 모두 1위에 올랐다. 이 밖에도 비영리기관인 광역취리히투자청(Greater Zurich Area AG)의 레토 시들러 커뮤니케이션·마케팅부문장은 “정치경제적 안정성과 낮은 세율 및 규제 장벽, 친기업적이고 실용적인 당국도 기업들이 스위스에 몰리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강국의 면모는 스위스를 장기 변화에 강한 나라로 만들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사인 KPMG가 2년마다 집계하는 변화대응능력지수(CRI)에서 올해 136개국 가운데 1위에 올랐다. 2015년엔 싱가포르에 이어 2위였으나 기업(2위) 정부(4위) 시민사회(1위) 역량을 종합한 결과 최고 점수를 받았다.

 

시민역량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교육의 힘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1인당 공교육 지출이 가장 높은 국가다. 9년간 의무교육이 끝나면 전체 학생의 3분의 2는 기업 실습과 직업학교 수업을 병행하는 수습과정(이중교육시스템)으로 진학한다.

 

낙오자는 도태하게 내버려두는 시스템도 스위스를 단련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스위스는 대학 입학시험은 쉽지만 1학년이 끝나면 절반 이상을 탈락시킨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공적자금으로 살려두지 않으며, 농업 등 전통산업에 대한 보조금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 덕분에 살아남은 기업은 4차 산업혁명 변화의 파고를 이겨낼 만한 저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222년 전 방적 부품회사에서 자동차 소음방지 분야 세계 최고 회사로 변신한 리에터, 브라운보버리를 모태로 한 ABB, 제너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의 100년 전통 전기부품 공급업체인 본롤 등 굵직한 기계산업 제조업체들이 4차 로봇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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