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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더 중요”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더 중요”
  • 정희
  • 승인 2018.02.20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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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수면문화연구소 장예진 소장

 

 

 

 

산업혁명 이후 수면은 게으름의 표상이 됐다. 반대로 수면을 취하는 대신 많은 일은 하는 것을 근면으로 인식하게 됐다. 수면과 각성은 각각 필요에 의해 균형적으로 취해지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의 논리에 지배됐다. 노동을 재화로 환산하는 산업화의 정서가 잠을 기회비용을 위해 제거해야할 대상으로 만들었다. ‘잠’에 대해 연구하는 수면문화연구소 장예진 소장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수면이 단순한 피로 회복의 과정이 아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알아가는 대체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2014년 발표된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의 평균 수면시간은 총 7시간 49분으로 18개국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유독 심하다. 과거 급격한 경제 발전을 위한 일반 국민들의 희생이 하나의 문화가 됐다. 이후 산업발전의 고도화로 인해 치열한 경쟁 사회가 펼쳐지면서 잠은 배척의 대상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잠은 미래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드는 장애물로 인식된다. 자연스럽게 수면장애는 흔한 만성 질환이 됐다. 작은 불편으로 보이는 증상도 엄연한 장애에 속한다. 의학적으로는 수면부족과 수면과다 역시 수면 장애에 해당한다. 하지만 자신이 수면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면문화연구소 장예진 소장은 중요성에 비해 소홀히 평가받는 수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자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멀티미디어 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장 소장은 주변에서 극단적으로 수면을 통제하는 사람들을 많이 접했다. 미디어 분야 직종에서 하루 두세 시간밖에 잘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잠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에 가까웠다. 장 소장은 수면은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문화적 환경에 이질감을 느꼈다. 연구를 지속하면서 수면의 질이 정서적 배경과 환경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수면의 중요성에 더욱 공감하게 됐다. 장 소장은 “사람들은 깨어있는 상태에서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지만 반면에 깨어있는 상태를 지배하는 수면에 대해서는 개선의 방도를 전혀 몰라요. 중요한 걸 알고는 있지만 노력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깨어서 잘 살기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잘 자고 숙면을 취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죠.”라고 밝혔다.

   



수면은 일종의 문화적 현상

사람마다 수면 방식은 모두 다르다. 수면 장애의 이유도 다양하다. 다만 수면에 영향을 끼치는 주된 요소는 존재한다. 삼성서울병원 수면센터 감독 홍승범 교수는 수면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정서적인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다음으로 공간의 조건과 인체를 꼽는다. 장 소장은 수면에 문제를 겪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서적 영향이 수면에 끼치는 영향을 실감했다. 이들의 수면은 주로 어린 시절의 수면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일부는 인형을 품고 잠들 때의 촉감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다. 일부는 말을 건네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어떤 사람들은 풍경이 보이는 수면 환경이 필요했다.

 

어린 시절 정서의 영역은 문화적 영향력과 상관성을 가진다. 대다수가 공유하는 시대적 조건은 수면 환경의 정서적 유사성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도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다수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성인과 아이를 구분하지 않고 심각한 방해요소로 자리했다. 그중에서는 아이들 정서 발달에 치명적인 콘텐츠도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정서적 영향력은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쳐 수면에 영향을 끼친다. 수면의 질은 또다시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쳐 문제를 유발한다.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과 사회생활의 치열한 경쟁 분위기가 정서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정서적 영향을 받아 생기는 수면의 질 저하는 정신적 문제를 예고하는 증상인 경우도 많다. 2016년 취업포털 커리어의 ‘오피스 우울증’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 생활의 문제로 인해 불면증을 겪는 이가 전체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면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반영하는 보편적 문화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장 소장이 수면연구를 뇌 과학과 신체적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고 문화적 영역으로 확대하게 된 계기다.

   



수면 테라피로 맞춤형 숙면 제공 목표

 

“기술적인 문제는 많지 않아요. 다만 기술적인 부분이 정서적인 부분을 안고 가지 않으면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요. 자신이 겪고 있는 불편을 스스로 인지하도록 배려하는 기술이야말로 의미가 있죠.”

 

장 소장은 수면에 끼치는 정서적 영향력을 고려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ZAMI’라는 이름의 수면 캡슐은 그중 하나다. 모든 사람에게 적절한 수면 환경이 상이하다는 사실에 기반 해 다양한 사람들의 니즈를 제각각 충족해 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급격한 기술 발달은 다양한 요소를 캡슐에 접목할 수 있게 했다. 장 소장은 캡슐에 개인의 수면환경을 조작할 수 있는 정서적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적절한 콘텐츠가 제공되며 누군가에게는 사운드나 향 테라피가 적용되는 등 다양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수면환경의 개별적 특수성을 만족시키려는 시도다. 수면 캡슐을 제작하기 전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안고 잘 수 있는 디바이스를 만들었다. 부모와 자녀의 소통을 통해 편안한 수면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장 소장은 우리나라 수면 문화에 대응하기 위해 문화적 활동을 준비 중이다. 자신의 전공을 살린 미디어 분야를 통해 수면에 대한 문제를 대중이 인식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또한 문화 페스티벌을 열어 연구에 종속된 학자들을 소통의 장으로 포용을 시도하려 한다. 예술가들도 참여하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예술가들과 학자들의 협업을 통해 수면에 대한 종합적 문화 활동을 개발하고 사회적 인식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뇌 공학 접목해 광범위한 연구 나설 것

장 소장은 얼마 전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를 만나 공감대를 확인했다. 수면에 대해 문화적 영역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에 두 사람이 동의했다. 아직 많이 배우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 소장은 앞으로 뇌 공학 박사과정을 공부할 계획이다. 수면과 뇌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과 동시에 학문으로의 접근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끊임없는 배움의 동력이 됐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수면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다. 장 소장은 지속적인 배움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한다.

 

“뇌 공학은 수면을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뇌를 공부하면 자신에 대해 보다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수면도 마찬가지죠. 자신의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게 되면 자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관련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부한 부분들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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