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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시간 앞에서 성숙한 수석 명석의 묘미가 곧 인생의 철학
자연과 시간 앞에서 성숙한 수석 명석의 묘미가 곧 인생의 철학
  • 유미라
  • 승인 2018.03.2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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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 문화인들에게 소중한 장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한국미를 간직한 예술작품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금수강산에서 자연과 시간을 보내며 완성된 수석도 마찬가지다. 산에서 거칠게 뒹굴던 돌은 유수의 세월을 보내며 강과 바다를 만난다. 거칠고 날카로웠던 면이 순해지고 곡선의 미를 갖췄다. 인간의 손에 들려 세상 밖으로 나온 수석은 감춰왔던 속살을 드러내며 제 아름다움을 발현한다. 전 세계인의 환호하는 평창에서 사단법인 한국수석회 김영용 중앙회장은 특별한 전시회로 수석의 이야기를 전했다.​

 

한국의 자연을 닮은 수석,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빛나다

지난 2월 24일부터 26일까지 강원도 원주 치악체육관에서는 제37회 한국수석회 전국회원전이 열렸다. 원주 치악수석회 회장, 대한수석인총연합회 중앙이사, 사단법인 한국수석회 중앙회 부이사장을 거쳐 취임한 김영용 중앙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했다. 보통 수석 전시회는 전국의 강과 바다를 보기 좋은 계절인 5~6월 또는 9~10월에 하는 게 관례지만 이번엔 특별하다. 평창동계올림픽 시기에 맞춰 시기를 당겼다.

 

“올림픽은 메달을 따기 위한 경쟁이 아닙니다. 지구촌이 하나가 되고 개최국의 문화를 향유하는 화합 이벤트죠. 강릉시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때 방문한 관광객이 119만 명 정도 된다고 추산했어요. 수석을 하는 문화인으로 이처럼 좋은 기회를 꼭 잡아서 기쁩니다. 우리나라 국민 여러분께는 한국 수석의 소중함을,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한국 수석이 무엇인지 알리는 장이 마련되었습니다.”

 

현대 사회는 물질적으론 풍요로울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각박한 세상이다. 치열한 무한 경쟁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올림픽이 곧 그 나라의 문화 척도를 가늠할 수있는 기준이 되었다” 라며 “메마른 대중의 감성에 정신적인 위안을 줄 수 있는 전시회, 휴식도 취하고 정서적 안정을 꾀하는 전시회로 준비했다. 역사적인 현장에서 수석을 홍보할 수 있어서 수석인의 한 사람으로 매우 기쁘다”라고 밝혔다.

돌이 좋아 애석생활을 즐기는 한국수석회 회원들은 자연의 힘을 빌리며 산다. 사람과 인연을 맺고 물과 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운명처럼 돌과 사람이 다가와 행복한 추억이 만들어졌고 건강은 덤으로 딸려왔다. 자연은 한국수석회 회원들을 보살피면서 수석을 허락했다. 자연에게 받는 느낌을 그대로 전하고자 한국수석회 회원들은 이번 전시회에 최선을 다했다. 탐석을 할 때마다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행복을 공유하고자 한다. 자연과 삶이 내렸던 축복에 보답하고자 하나씩 모인 작품 수십여 점과 18개 지회에서 회원 300명이 참여해 전시장은 수석의 웅장함으로 꽉 찼다. 물과 자연, 공기와 바람으로 영겁의 세월을 보냈던 수석은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 위용을 뽐냈다. 때론 막강한 에너지를 내제한 듯 웅크렸다가 세상을 향해 외치기도 했다. 수석을 처음 본 관람객도 구름 따라 물 따라 전국을 누볐던 수석인도 느끼는 감동의 크기는 동일하다. 수석이 이렇게 오묘하다. 가슴 속 울림이 평창을 뒤덮었고 수석 앞에서 모든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이 자리에 오기 위해 수많은 자연풍화를 겪어준 수석에게 감사할 뿐이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움. 수석은 계속 보아도 반할 수밖에 없다.

청록파 시인 박두진과의 ​각별한 만남

김 회장은 탐석을 준비하면서 늘 윤선도의 오우가를 떠올린다. “내벗이 누굴까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라는 문구를 생각하면 심장이 뛴다. 우리 선조들도 수석의 아름다움을 알았던 것이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도 정치적으로 힘들고 지칠 때 수석을 바라보며 위안을 삼았다. 시대가 바뀌고 과학이발달해도 마음속 공허함은 커져만 갈 뿐, 물질이 인간의 부족함을 메울 수 없다. 그저 가방 하나 메고 터덜터덜 나서는 길에 많은 생각이 스친다.

 

“수석을 우연한 계기로 하게 됐어요. 일산에 이사갔는데 앞집에 수석을 하는 분이 사셨어요. 제가 관심을 보이니까 하루는 ‘같이 갑시다’ 하시더라고요. 1980년대니까 그때는 지금처럼 교통편이 좋지 않았어요. 기차에 버스에 몸을 싣고 오랫동안 가야 비로소 수석과의 만남이 허락됐습니다. 호기심에 따라다녔는데 오랜 세월 돌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탐석을 하며 나를 비우고 욕심을 버리며 살고 있습니다. 남한강의 깨끗한 물을 온몸으로 맞은 수석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참 좋아요.”

 

수석인에게는 ‘일생일석(一生一石)’이라는 말이 있다. 전국 각지를 다녀도 완벽한 수석을 찾기란 쉽지 않다. 긴 시간 탐석생활을 했어도 항상 모자란다. 그는 ‘강산이 네 번 바뀔 시간이다’ 라고 일컫는 38년의 세월을 바쳐도 명석을 꼭 만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그래서일까. 수십 년 전에 봤던 수석을 계속 보아도 싫증이 안 나고 새롭기만 하다.

김 회장은 추억 하나를 꺼내 들었다. 유명한 청록파 시인 박두진 선생은 수석이 취미다. 수석은 박 선생에게 세계와 만나는 통로였다. 수석에 막 입문한 그는 통찰력이 뛰어난 박 선생을 보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돌밭에서 우연히 만난 박선생은 “젊은이는 어떤 수석을 하시는가. 나는 이런 돌을 합니다. 사람들이 변화석을 찾으니 나는 돌이 없죠” 라고 말했다. 변화석에 열광했던 그 시절 박 선생은 문양석의 가치를 알았다. 박 선생의 다정다감한 이야기에서 깊은 뜻을 헤아린 김 회장은 애석인의 자세를 배웠다. 돌이란 게 참 그랬다. 수석인끼리 시기를 하거나 질투를 하면 꼭꼭 숨는 게 돌이다. 먼저 가겠다고 앞장서서 속도를 내면 수석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오히려 뒷사람이 천천히 따라오다가 수석을 발견한다. 하늘이 점지하는 묘석은 꼭꼭 숨어 있다가 등장한다.

 

돌은 전 세계에 다 있다. 서양에서는 어마어마한 대리석으로 화려한 궁전을 만드는 석조 문화가 발달했다. 인류 문명의역사가 길다 해도 서양 문화에 애석이 있을까. 우리나라 에서 ‘수석’이라는 단어의 ‘수’는 목숨 수(壽)를 쓴다. ‘생명이 있는 돌’ 이라는 뜻이다. 돌을 정복해 인간을 위한 구조물을 만들겠다는 서양과는 다르다. 우리민족에게 돌은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 그 자체로 봤다. 가까운 중국은 기이하고 새롭다는뜻의 기석(奇石), 일본은 물가에 있는 돌 그 자체에 집중하며 물 수(水)를 써, 수석(水石)이라고 한다. 확실히 문화와 국가에 따라 수석에 대한 이해와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우리는 수석을 생물처럼 존대한다.

수석인의 간절한 바람, 예술인단체 등록

수석은 한 마디로 예술이다. 수석을 발견해 사람의 손으로 어루만지고 다듬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수석인들은 돌에 공을 들여 자연의 예술이 사람들에게 잘 보일 수 있는 특성을 살리는 작업을 한다. 선배들이 전수한 좋은 수석의 문화와 정신을 지킨 김 회장은 모든 수석인들의 소망이자 자신도 간절히 바라는 것을 추진하고자 한다. 한국수석회가 국민 곁으로 다가가 도약할 수 있도록 예술인단체로 등록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석을 즐기는 민족이 또 있을까요. 다른 나라는 하지 않는 예술 행위입니다. 돌의 특성을 잘 살리는 과정에서애석인의 예술혼이 투영됩니다. 수석이 예술로 다가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애석인들의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이 빚은 창조물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 저희가 하는 역할입니다. 애석인들은 예술 감각과 소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무리 탐석을 해도 예술적 감각이 없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지요. 수석을 잘 놓고 적당한 높이에서 돋보이도록 연출하는 과정이 재미이며 예술 과정입니다. 종합미술과 연출의 미학이 더해졌다고 볼 수 있죠. 전국 최초로 조직된 애석인의 모임인 한국수석회가 예술인단체로 등록될 수있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김 회장은 “애석인들은 다양한 시각에서 수석을 이해한다. 각자 심미안에 따라 취사하는 돌이 다르다”라며 “미술이나조각을 하는 예술가처럼 애석인들도 자신만의 지식과 가치관이 있다. 수석인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수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 고민하던 그는 “돌이 주는 이야기가 들린다”라고 답했다. 돌은 자신이 보냈던 세월을 수석인과 공유한다. 돌이 주는 언어는 아무나 들을 수 없다. 볼수록 헷갈리며 신중해진다. 좋은 돌이 맞는지 계속 확인하고 고민하다가 확실히 예술적 가치가 있으며 메시지가 있을 때만 취한다. 가방을 채운 돌을 꺼내 장갑으로 쓱 닦은 후 숨어있던 문양이 되살아날 때. 그때는 온 세상이 내것 같다. 대자연의 축소판인 수석이 좋고 탐석인으로 만난 인연이 주는 우정이 좋다. 한국수석회 회장으로서 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 있음을 널리 알리고 싶다. 그를 따라 오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시간을 보낸 수석을 만날 수 있다. 수석인의 삶, 생각할수록 참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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