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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주항공 오상인 안전보안실장
(주)제주항공 오상인 안전보안실장
  • 정희
  • 승인 2016.12.01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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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에 내재한 재능이나 기술이 그 가치를 획득하는 경로는 다양할 것이다. 당사자 개인적 공명심이나 명예를 높이는 것에 활용될 수 있거나 분야 전체의 공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선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제주항공의 오상인 안전보안실장은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 선용은 결국 자신의 명예까지도 높여주었다.

 

 

 

 

비행기 운항기술 전문가, 중량중심 분야 국내에선 독보적 존재

항공기 무게중심 위치 측정 시스템 개발해 운항의 경제적 개념 창출

“항공기의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절대 조건입니다”

 

 

한 개인에 내재한 재능이나 기술이 그 가치를 획득하는 경로는 다양할 것이다. 당사자 개인적 공명심이나 명예를 높이는 것에 활용될 수 있거나 분야 전체의 공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선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제주항공의 오상인 안전보안실장은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 선용은 결국 자신의 명예까지도 높여주었다. 오상인 실장은 ‘제36회 항공의 날’에 '동탑훈장'을 수훈했다. 그가 국내 민간항공분야에 기여한 공로에 대한 화답이다. 국내 여객 수송 연 인원이 1억 명에 다가가고 있다고 한다. 항공 운송이 소수의 특정 계층을 넘어 국민 대다수의 운송수단이 돼가고 있는 셈이다. 기본 가치를 외면하며 당장의 이익이 더 득세하는 세태에서 오상인 실장은 항공 안전을 최고의 덕목으로 지켜내 온 사람이다. 

 

 

 

첫 저비용항공사 훈장 수여자

훈장은 정부포상 중에서 가장 상급의 지위를 가진다. 35회 동안 이어진 항공의 날 행사에서 정부포상을 받는 이들은 모두 대형 항공사나 공항공사의 임직원이었다. 올해 수훈자는 (주)제주항공의 오상인 안전보안실장이다. 처음으로 저비용항공사 종사자에게 수여됐다. 개인으로서는 그 무게감이 예사롭지 않은 ‘동탑산업훈장’이다.

 

“그냥 담백한 마음으로 상을 받았는데 이걸 계기로 항공분야에서 보낸 저의 38년을 뒤돌아보니 아, 정말 많은 일을 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습니다.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자만이 아니라 열심히 묵묵하게 잘 걸어왔구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고마움이었습니다.”

 

자신의 겸손과 달리 오상인 실장은 분야의 특수성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획기적이고 중요한 공헌을 항공업계에 했다. 오상인 실장은 ‘항공기 성능기술’과 ‘중량중심’ 분야의 전문가다. 비행기가 균형을 잡고 창공을 날기 위해서는 균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체는 추락하고 만다. 그래서 기체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고 비행하느냐는 절대적 관건이다. 무게중심을 잘 계산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오상인 실장은 전문가로서 개인적 자질을 뛰어넘어,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무게중심을 후방에 두는 방법 등을 활용해 항공기 중량중심 측정시스템을 개발해 냈다. 이 측정시스템은 단지 하나의 기술개발에서 끝나지 않고 비행에 ‘경제운항’ 개념을 도입했다는 데 오상인 실장의 뛰어남이 있다.

 

 

 

 

무게중심 계산법에 따라 비행기의 경제성 좌우

“비행기에 무조건 많이 태우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한 줄 아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 성능은 비행기 중량, 활주로의 길이, 기후 온도, 풍향, 고도 등 아주 많은 것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것에 따라 여객이나 짐을 얼마큼 탑재하는지도 좌우됩니다. 비행기 연료 절약과 관계됩니다. 그래서 무게중심을 계산해 내는 일이 필요한 겁니다. 직접 영업을 안 할 뿐이지 중량중심 계산은 경제적 효율과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물론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지요.”

 

무게중심을 잘못 계산하면 여객이나 짐을 수송해 매번 경제적 이익을 오히려 고스란히 손해보거나 심각한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중량중심 계산은 핵심적이다. 그런 만큼 오상인 실장에게는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다.

 

“한번은 새벽에 전화가 울린 적이 있습니다. 오슬로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는 B747-400화물기였는데 무게중심이 중앙에 설계됐는데 앞쪽에 짐이 쏠려서 추락위기에 놓였습니다. 저는 짐을 기체 뒤쪽으로 옮기라고 지시를 했어요. 조종사들이 손이 까지도록 4, 5톤이나 되는 화물을 긴급히 옮겼습니다. 짐을 옮기는 작업을 하는 동안 기체는 상공에서 시소처럼 왔다갔다하는 상황이 됐지요. 그래도 마침내 균형감을 회복했고 안전하게 인천공항에 도착하게 됐습니다.”

 

이 아찔한 사건을 계기로 오상인 실장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고 이 후 한 달 동안 조종사들에게 무게중심 강의를 하러 다니느라 바빴다고 한다.

 

또 한 번은 해외 비행기 제조사에 주문완료 전에 결점을 발견해 내 수조원의 손실을 방지한 적도 있다. 302명의 인원을 태워야 하는 비행기를 사전 계약으로 주문했는데 오상인 실장이 이륙중량이 잘못 계산돼 제작된 것을 발견해냈다. 비행기의 중량은 온도와도 상관되는데 추운 겨울에는 302명을 탑승시킬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승객을 못 태우면 자연히 항공사의 손해로 이어진다. 비행기의 운항횟수와 연수를 감안하면 수천억 원 대의 막대한 손실이었다. 결국 비행기는 재 제작되었다고 한다.

 

여담으로 오상인 실장의 지식은 그가 대한한공에 근무할 당시의 조양호 회장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했다. 보잉사와 에어버스사의 항공기들의 장단점을 조 회장에게 설명한 적이 있었는데, 조 회장은 에어버스사 회장이 방문할 당시 그 지식을 활용해 원활한 면담을 나누었고 에어버스사 회장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이것을 계기로 오상인 실장은 비서진에게도 교육을 시켜야 했다고 한다. 

 

 

 

 

중량중심 액셀 계산법 개발해서 업계 공유

전문가는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가 그의 직업적 생명이다. 특화된 기술을 보유했을 경우 당연히 전문가는 그만의 비결로서 간직하고 활용한다. 그런데 오상인 실장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중량중심을 자동으로 계산해내는 ‘액셀 W/B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특허를 낼 수 있는 기술이었고 그에게는 대단한 경제적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그는 항공세미나에서 이 프로그램을 공개했고 현재는 항공사들에서 공유하고 있다.

 

“중량중심을 계산해 내도 만약 컴퓨터가 고장 나 비행기와 접속이 안 되면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에서 일일이 손으로 그려서 계산해야 합니다. 제가 개발한 액셀 프로그램은 기존의 Departure Control Systeam이 고장될 경우를 대비해서 액셀 파일로 중량중심을 계산할 수 있도록 했어요.”

 

오상인 실장은 이 외에도 조종사들이 개별 공항에서 운항 시 주의해야 할 특수점들을 명시한 ‘K-page, J-page’도 만들고 배포해 공유하고 있다. 그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프로그램들을 공개하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이유다.

 

“안전입니다. 안전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실행되는 것입니다. 비행기의 사고원인은 항공사마다 비슷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는 숨길게 아니라 전 항공사가 공유해서 다른 항공사의 반면교사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정부기관도 항공사의 실수가 발생했을 경우 제재만 하려고 하지 말고 사전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매뉴얼이 되도록 격려하는 정책을 써야 합니다. 제재 우선으로 가니 항공사가 실수를 하더라도 숨기려 하고 결국 이것은 전 항공산업의 장기적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제가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이유입니다.”

 

오상인 실장에게 항공기의 안전은 그의 전문성에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기본 조건이다. 현재 국내 항공사가 공유하고 있는 보안프로그램인 ‘SeMS’시스템 또한 오상인 실장이 개발해 낸 것이다. 항공기 보유 100대를 기준으로 매년 1000억 이상의 연료절감과 경비절감 효과를 유도해 낼 수 있다고 한다. 모든 항공사가 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운영하는데, 현재 국내 보유 전 항공기의 가치로 환산하면 20년 동안 수조 억 원의 비용절감이 예상된다고 한다.  

 

 

 

 

외유내강형의 인생을 살아오다

오상인 실장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항공사의 안전보안실장 이미지와는 다소 어긋나 보인다. 날카로움 보다는 부드러움이 많이 내재한 인상이다. 말씨도 조곤하다. 하지만 의외로 그가 살아온 역정은 외유내강형이다.

 

집안이 가난했던 오 실장은 공부를 해 출세를 하고 싶었는데 대학 등록금이 없었다. 그래서 육사를 택했다. 그런데 60년대의 육사는 소령이상, 5급이상 공무원 두 사람의 추천이 있어야 입학원서가 가능했다고 한다. 친인척 중에 그런 출세를 한 사람은 없었다.

 

“당시 제가 살던 전라도에 상무대가 있었는데 무조건 찾아갔어요. 정문을 향해 걸어가는데 지프차가 지나가기에 손을 들었습니다. 대령이더군요. 육사를 가고싶은데 추천을 해달라 했습니다. 근데 그 대령님은 지역적 편견이 있는 분이었는데 그럼에도 별 두 개를 단 소장에게 저를 데리고 갔어요. 그리고 소장님은 전라도상사에게 다시 부탁해 줬구요. 생면부지였는데 저의 젊은 패기를 높이 샀는지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육사를 그는 마치지 못했다.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운학과를 다시 들어갔고 1979년 (주)대한항공에 입사했다. 근무 초기에는 조종사로서 B-737, B-747 기종을 운행하다가 건강상의 이유 때문에 지상에 내려와 이후에는 운항기술 분야의 교관으로 조종사들의 훈련을 담당해왔다, (주)제주항공에는 대한항공을 정년퇴임한 후 지난 2009년 안전보안실장으로 영입됐다. 오상인 실장의 자평에 의하면 출세를 지향했다면 자리를 많이 옮기며 살았겠지만 자신은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서 소박하게 살아왔고 그것이 만족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결코 소박하지 않다. 그는 지금도 타 항공사의 영입 1순위의 인물이다.  

 

 

 

 

직원을 뽑을 때 인성부터 봅니다

안전을 제일 가치로 생각하는 항공 종사자인 만큼 그에게는 안전을 담보하는 ‘기술’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직원 면접을 볼 때는 인품을 먼저 봅니다. 조종사들의 전문지식과 스킬을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품성이 있어야 제대로 능력을 발휘합니다. 교육을 할 때도 사람들과의 인연, 소통을 강조합니다. 어느 분야이든 사람이 기본이니까요.”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오상인 실장이 견지해 온 안전을 위한 최고의 가치다.

 

오상인 실장이 안전보안팀장으로 있는 (주)제주항공은 현재 25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동남아 전 노선과 사이판, 괌 등을 운항하고 있다. 특별히 안전 분야는 일반 저비용항공사의 두배 정도의 투자와 인원을 정비해 현재 22명이 근무하고 있다. 또 오상인 실장이 제안한 ‘Variable Max Take Off Weight’프로그램 사용으로 매년 수십억 원 이상의 착륙료 절감을 준비하고 있다. 격년으로 실시하는 IOSA점검에서 무결점 4회 통과 기록을 세우고 있다. 또 저비용항공사의 취약점인 안전관리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안전조직 확대개편, 전자교범시스템 마련, 항공안전 의무화와 자율보고 전자시스템화 등 안전운항 IT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항공사에서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절대 조건입니다.”

 

부드럽고도 강한 오상인 실장의 확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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