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굽
이신
지하철 환승 통로,
만 원짜리 구두 가게로
신발 한 켤레가 뒤뚱거리며 다가온다
뒷굽이 끌고 오는 대략, 몇 만 리
뒷굽이 싣고 오는 대략, 몇 십 년
지친 발굽소리에 그녀가 묻어온다
한 생의 뒤꿈치였던 그녀가
새 신을 찾는다
폐가처럼 기울어진 다리
다른 생의 기둥이던 두 종아리로
斜角을 견뎌온 그녀가
헌 신발을 벗는다
바깥쪽부터 쓸쓸하게 닳아버린
그녀의 구두가 벌린 품을 닫지 않는다
그녀가 신발 앞에 공손히 허리 굽힌다
(우리…, 참 오래 걸어왔지요?)
그녀의 눈동자에서 빈 배 한 척
뒷굽이 실린다
낡은 몸과 몸이 부딪치며 돌아서가는
지하도 계단에 기우뚱 기우뚱
붉은 놀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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