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9:06 (화)
아주 오래된 미래 산업의 역설을 체현한 농업과학의 선구자 “농업이 기계화 됐지만 시간과 성실성은 변함없는 기본 자질입니다.”
아주 오래된 미래 산업의 역설을 체현한 농업과학의 선구자 “농업이 기계화 됐지만 시간과 성실성은 변함없는 기본 자질입니다.”
  • 김준현
  • 승인 2016.11.0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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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들의 예견과 각종 산업 보고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농업’을 미래 유망산업으로 지목해왔다. 농업의 발견은 수많은 시간을 건너 21세기 첨단기술과학시대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인류 초기의 혁명이었다. 그럼에도 이 1차 산업은 점차 도외시되거나 무시돼왔다. 지구상의 생명 모두에게는 양생을 위한 섭취물이 필요하다는 자명한 사실에 비해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아주 오래된 산업 ‘농업’이 인류의 가장 발전된 과학기술을 만나 새로운 미래 산업으로 태어나며 세계 곳곳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제40회 국가생산성대회에서 강소기업으로 뛰어난 생산성을 보여줘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을 수상한 (주)보금의 인유섬 대표는 이러한 산업 트렌드의 척후에 서 있는 인물이다. 


2만 2천 평 대지를 장악한 알, 병아리, 닭들의 보금자리

 충남 보령시 은산길. 지형을 감싼 산자락 아래에는 어미닭의 품에 안긴 병아리 같은 모양새로 빛나는 은빛 지붕을 한 27개 동 규모의 대단위 시설이 자리해 있다. 종란·종계 농장을 운영하는 (주)보금의 부화장이다. 2만 2천 평의 대지에 부화용 알과 병아리, 성계들이 안착하고 있다. 우리 식생활의 즐거움 중에 빼놓을 수 없는‘치킨’류가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 미래 정거장 같은 느낌의 광활한 축사를 AI를 평시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의 소독차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저희 회사명은 닭들의 보금자리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부화되어 성계가 되는 동안 가장 좋은 환경에서 좋은 품질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지요. 여기 병아리들은 국내 공급량의 1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큽니다. 올해 병아리 생산량 목표 수는 약 6,000수인데 이곳 외에 논산, 당진, 계룡 등 전국에 22개의 농장이 있습니다.”

 이 농장들의 시설규모 가치는 최소 30억에서 100억 원을 넘나든다. 이 시설들에서 한 해 약 25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1차 산업에 도입한 기술과학 덕분이다. 

 인유섬 대표는 사무실에서 부화장의 CCTV에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병아리 사육시설 내부를 살펴보고 있었다. 기자와의 대화 도중에도 스마트 폰으로 연신 현장을 모니터링 했다. 24시간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 

 “저희 부화장은 평균 80% 이상의 높은 부화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육환경, 질병, 사료, 급수, 점등, 환기, 위생, 방역 등 저희가 자체 개발한 매뉴얼 덕분이지요. 15%의 원가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부분의 종계 농장이 생산성 표준에 미달하는 상황이고 선진 일본에 비해서는 20%내외가 처지는 업황에서 발군의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014년 농업회사법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중소기업청 INNO-BIZ 인증을 받은 이유이다. 인유섬 대표는 5년 이내에 매출액 2,000억 원의 급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가 지금까지 다져온 이력으로 볼 때 결코 욕심이 아닌 현실성을 확보하고 있다.


동종업계 25년의 전문성이 만든 결실

 (주)보금은 2009년에 설립돼 2011년에 법인전환을 했다. 기업 연수로 보면 신생회사 같지만 인유섬 대표가 있기에 결코 녹록치 않은 축적된 내공을 가지고 있다. 인유섬 대표는 동종업에 25년을 종사해 온 관록의 양계 육종 전문가이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는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은 때여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학비를 벌기 위해 공사판이나 간판 청소 등을 해서 목돈을 모은 후 대학 진학을 했어요. 졸업 후 곧바로 업계에 취직을 해서 경력을 쌓아갔지요. 다른 직장인들과 비슷한 생활이었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항상 농장경영자들의 입장이 되어 판단하고 농업 지식을 쌓기 위해 메모를 게을리 하지 않은 겁니다.”

 업계에서 나름 탄탄한 경력을 쌓아가던 직장인 인유섬에게 마침내 기회가 왔다. 가장 왕성한 활동기인 서른여섯 살에 양계농장협회 대표이사 자리를 제안 받은 것이다. 당연히 그의 전문가적 노련미가 발휘됐고 오랜 기간 성공적으로 협회를 이끌었다. 현재 업계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경영을 해보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전문가이자 경영인 인유섬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는 일만 남았다.  

 “경험이야 남부럽지 않지만 2009년 처음 시작할 때는 직원 한 명만을 데리고 농장 컨테이너에서 쪽잠을 자며 온갖 시도를 했습니다. 농업의 현장은 엄중합니다. 저희 경험을 바탕으로 표준화된 종계 프로그램 매뉴얼을 만들었고 오늘의 (주)보금의 성공을 이끈 공신이 되었지요.”

 

성실은 농업의 기본

 설립 7년 만에 (주)보금은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내년에는 1위 등극이 목표다. 업계 수위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으니 인유섬 대표는 지위에 걸 맞는 슈트와 포즈로 집무실을 지키는 CEO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작업복을 더 많이 입고 있다. 현실은 결코 느슨하지 않기 때문이다.

 “1차 산업군은 성실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농업의 많은 부분이 이미 자동화 되어 있지만 그래도 농사의 형태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을 직접 살피는 일은 가장 중요합니다. 농부는 전 세대와 같은 성실함으로 정확하게 일해야 합니다. 농업에 필요한 테두리를 벗어나면 금방 표시가 납니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것만이 농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인유섬 대표는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 반에 종계 축사를 둘러본다. 다 둘러보려면 만보 이상의 걸음을 걸어야 한다. 건강을 위해 권유하는 하루 걸음걸이의 양이다. 보통 채우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인유섬 대표는 매일 새벽 일찍 이만큼을 걷고 시작한다. 

 “자동화가 편리를 도모해 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에서는 기계의 룰대로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전기가 나가거나 기계에 오류가 나면 컴퓨터에서는 사료를 주었다고 표시되는데 실제로는 공급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럼 병아리나 닭들은 굶게 되고 손실이 생기는 거지요.” 

 잠깐 시야를 거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므로 항상 감시를 하고 있어야 한다. 남모르는 어려움이다. 인유섬 대표가 새벽 4시에 기상하는 이유다. 현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이기 때문에 직접 챙기고 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힘들다. 다른 사람들처럼 연휴나 명절에도 가족들에게 신경을 많이 못쓰고 있어 미안할 정도의 전력을 쏟아야 한다. 그래도 ‘성실함’만이 닭들의 보금자리를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 순간도 소홀할 수 없는 것이다.


내 능력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

 (주)보금은 2014년 중소기업으로는 쉽지 않은 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벤처기업 등록을 했다. 식품안전경영시스템, 환경경영시스템, 품질경영시스템,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2015년에는 피톤치드를 함유한 닭 사료 제조법과 산란 향상 사료 첨가제를 특허 등록했다. 올해는 홍삼성분을 함유한 염장란 제조법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이런 지속적인 기업의 전진에는 인유섬 대표의 공부하는 가치관이 반영돼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중에도 공주대에서 동물자원학과 석사를, 목원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너가 전문성을 가져야 직원들을 인도할 수 있고 경영을 알아야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성공사례가 알려지면서 대학은 물론 기업에서도 강연 요청이 쇄도한다. 그런 곳에서 인유섬 대표가 느끼는 아쉬움이 있다.

 “농업은 의지의 싸움입니다. 그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양복 입고 대기업 다니는 걸 모두가 꿈꿔요. 현장에 실습을 오면 냄새 난다고 싫어해요. 하지만 모두가 서울대를 나오지는 않았을 거 아닙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서 성실하게 일해서 얻는 즐거움이 가장 값지다고 생각해요.”

 현재 (주)보금에는 40여 명의 정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물론 전국 각지에 분포한 축사 현장인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평생 공부를 강조하는 인유섬 대표 덕택으로 이 회사에서는 3명의 직원이 지원을 받아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원하면 박사과정은 뒷받침할 예정이다. 

 “다시 태어나도 닭과 함께 일할 것 같습니다.”

 성공은 진정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주)보금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위탁농장을 서서히 직영화로 전향시키고 있다. 현재 주식 상장을 위한 과정도 준비하고 있다. 해마다 40% 의 매출 신장을 갱신하고 있다. 서두에 말한 2,000억 매출이 순조로워 보인다.  

다음 달에 입주할 사옥준공식에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드릴 선물로 자서전 '멀리 있지 않은 인문경영법'을 발간했다. 또한 후배들에게 조금의 선배노릇을 하고픈 소중한 경영지침서 이기도하다. 열심히 살아온 만큼 그의 사회공헌(C.S.R)에 관한 아름다운 계획도 많다. 양계전문 교육기관 개관, 모교 축산학과에 (주)보금 장학재단 설립, 동물농장 만들기, 2세 경영수업, 닭과 경영, 그리고 리더쉽 아카데미 설립, 회사 공로자와 퇴임 근로자 해외여행 등등... 

인유섬 대표의 귀한행보는 곧 이 시대 1차 산업의 푯대가 되며 멀리높게 메아리쳐 세상의 등불이 될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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