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8:05 (금)
대기업 하청 없이 서울시에 기계설비 직접 수주 받아 책임 시공
대기업 하청 없이 서울시에 기계설비 직접 수주 받아 책임 시공
  • 김준현
  • 승인 2016.11.0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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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품질·안전 점검활동 서울시와 정례화 하며 기계설비 분야의 독립성 키워

“기계설비업이 자랑스런 가업이 될 수 있는 건설 분야로 인식과 실질을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사회 속에 존재하는 불합리와 차별들은 그것을 인식하고 시정하려는 관계자들의 노력들에 의해 비로소 본연의 권리를 찾는다. 이런 시도들에 사회의 진보는 이루어져 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현격히 차별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는 오랫동안 경제정책의 폐해로 지목되어 왔지만 쉽게 수정되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늪 또한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처지는 더욱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이런 위기와 풍토를 줄이려는 노력들은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안전한 도시 만들기’의 일환으로 ‘서울특별시 건설상’을 제정하고 올해 제 1회 수상식을 가졌다. 최우수상은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서울지회에게 수여됐는데 여러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서울지회장이자 윤창기공(주)의 백종윤 대표이사에게서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장에서 실제 일하는 전문업체들의 공적 인정받다

 우리나라 사람들이‘건설 산업’단어를 들을 때 부상하는 첫 번째 이미지는 아마도 내노 라 하는 대기업 건설사들이 아닐까. 그만큰 대기업 독과점이 많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국내에는 건설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여러 시상식이 있다. 역시 시상대에는 대기업들이 주로 오르내렸다. 하지만 이번 ‘제1회 서울특별시 건설상’수상식에서는 좀 다른 풍경이 있었다.

 “서울시에서 건설분야에서 그동안 소외받아온 하청 회사들을 많이 배려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상자들 중에는 큰 건설기업 대신 저희 같은 중소 전문 업체들이 많았어요. 대기업이 수주를 받지만 건설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인력은 저희 같은 하청업체들이라는 것을 알아줘서 고마웠습니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서울시회장이자 HVAC(heating, ventilation, air conditioning, 냉·난방, 통풍)와 플랜트를 주력으로 하는 윤창기공(주)의 백종윤 대표이사는 인정받은 사람의 자긍심을 보였다. ‘서울특별시 건설상’은 서울시 기반시설과 기술발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서울시회가 보여 온 행적은 상으로써 충분히 보상받을 만한 활동이었다.

 “서울시는 규모가 크건 작건 대기업을 거치지 않고 설비회사들에게 직접 발주를 줬습니다. 저희 지회는 감사의 뜻에서 시공 중인 현장은 물론 공사가 끝난 현장도 서울시와 협력을 정례화해서 현장의 품질점검과 안전점검 활동을 해왔어요. 그전까지는 사실 형식적인 점검들이 있었지요.”

 건설 산업에는 토목, 기계, 건축, 전기 등 여러 전문분야가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수주 관행은 대기업을 받은 뒤 다시 세부적으로 나눠 하청을 주는 형태였다. ‘하청’에서 나타나는 불합리한 부분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는 이런 관성을 없애고 직접 필요한 부분의 전문설비업체들에게 공사를 맡기고 있다. 


철저한 안전점검과 우수기능인 양성으로 기계설비업 위상 향상

 “서울시는 중소전문건설업에 발주하면서 갑· 을 관계를 수직에서 수평으로 개선하려는 행정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인정과 대우를 받게 되면 누구든 단체이든 분야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를 가지게 마련이다. 그동안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서울시회는 기계설비 분야의 발전을 위해 성실성을 다해왔다.  

우선 서울시에서 분리 발주된 22 곳의 기계설비공사장의 안전 및 품질점검을 협회 자체적으로 기획해 서울시와 합동으로 현장의 안전관리 계도와 함께 공사품질 향상에 힘써왔다. 또 국토부에서 위탁받은 건설기능공  국가공인 인정기능사 제도를 활성화시켜 매년 배관과 용접 등 기계설비 분야 10개 종목에서 1,700여 명의 우수한 기능인들을 배출해 냈다. 건설현장의 시공품질 향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청년들의 실업난이 심각하잖습니까. 그래서 대졸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해외건설인력 육성을 목표로 K-MOVE 스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원공대와 MOU를 체결했어요. 지금까지 66명이  수료했는데 현재 해외건설 현장에 58명이 파견 근무 중입니다.”

 더불어 기계설비 인재양성을 위한 장학금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관련학과 재학 중인 성적 우수자를 대상으로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업계 임직원 자녀 241명에게 최근 5년간 약 4억 4천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지원해왔다. 

 

기계설비분야 건설의 중요한 분야인데 30년전 방식으로 홀대받아

 백종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서울시회장에게선 흔히 건설업 종사자들에게 부여된 강인한 외양을 찾아볼 수 없는 온화함이 느껴진다. 대화의 방식도 부드럽다. 그런데 유독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대목이 있었다.

 “일반인들은 냉난방 설비하면 에어컨이나 보일러 정도만 생각합니다. 기계설비는 건설업 중 하도급의 25개 공정중 하나로만 생각합니다. 옛날  공과대학은 건축과, 토목과, 전기과, 기계과가 있었어요. 당시에 뼈대가 갖춰진 하도급건설면허에는 14개정도 공정이 있었는데 당시 설비는 연탄이 주류였고 보일러도 갓 도입된 때라 관련법이 미미했어요. 건설회사가 모든 분야를 직접 시공하는 때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건물에서 기계설비는 중심이라 할 만큼 중요한 건설 부분이 됐습니다. 건물 전체 제어를 중앙설비에서 하찮아요. 병원이나 발전소 등 중요한 건물들은 기계설비가 거의 50%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도 관련법은 아직도 이전 것을 적용해서 마치 인력만 제공하는 공정으로 취급받고 있어요. 이런 낙후된 인식을 바로 잡아 기계설비를 건설업의 독립된 분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기계설비는 대부분 대기업 건설사의 하청업체로 일해오고 있다. 그리고 설비에 필요한 물품들을 대기업이 직접 구입하는 방식이어서 결국 하청업체는 기술보다는 용역만 제공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건설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계설비공사가 독립하면 자신들의 기업 먹거리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움직임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 건설업이 발전하려면 기계설비 분야의 독립이 우선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큰 공사에 참여해도  제대로 된 기술력을 발휘하지 못해 결국 건설업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우리보다 기술이 못한  말레이시아도 하청을 주면 그 분야의 모든 것을 맡기고 있는데 말입니다.”

 늘 혁신적인 도전을 멈추지 않은 백 회장에게 최근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고 한다.

 “후배 양성에 관심이 생겨 여러 방법으로 꾸준히 추진할 생각입니다. 이왕 건설전문기업이 된다면 일본이나 미국, 이태리 등 해외 건설회사에서 직접 수주 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춰 당당히 일할 수 있도록 자체 능력을 키우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경영의 비결

 백종윤 서울시회장이 경영하는 윤창기공(주)는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견실한 기업이다. 백종윤 대표는 예전에 번창했던 삼환기업에서 건설 일을 시작했다. 이후 1992년도에 창업해서 현재는 100여 명의 상근 직원이 일하고 있다. 

 “전문업체들은 대기업의 먹이사슬 아래 있습니다. 솔직하게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어떤 면에서 사회적 약자입니다. 더 잘 배우고 부모 잘 만나고 좋은 대학을 갔으면 우리회사에 있지 않고 대기업에 갔겠지요. 그래서 경영자로서 더욱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늘 합니다.”

  경영의 비결과 사업의 비전을 묻자 백종윤 대표는 ‘그런 것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철학들을 말하지만 자신은 별것 없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온 삶’이 이어져 오늘을 만들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경영을 해나갈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하루하루의 소박한 최선’에는 백종윤 대표의 거대한 꿈이 자리해 있다.

 "기계설비업은 건축이나 토목에 비해 내세울 것 없고 힘든 분야로 낙인 찍혀 있습니다. 그래서 기계설비업 종사자들이나 경영자들은 자신의 대에서만 생계를 잇고 가업 승계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젊어서 열심히 일했지만 60세 이상이 되면 사업을 게을리 하는 사람들도 다수 있습니다. 2세들까지 힘든 일을 시키냐는 회의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기계설비업을 자랑스런 가업 승계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인식 전환과 실제적인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작은 설렁탕집이나 빵집도 대물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백종윤 대표의 청사진은 현실적인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30여 명으로 구성된 '차세대 설비경영인 모임'이 꾸려져 현재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기계설비인들은 특히나 단결이 잘된다고 백종윤 서울시회장은 은근히 자긍심을 드러낸다. 

 한 분야에서 개인적인 성공으로 명예를 높이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개인을 넘어 자신이 속한 전체의 권익과 비전을 위해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최대치로 활용해 도움을 주는 사람의 삶은 보다 충만하지 않을까. 백종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서울시회장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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