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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 이윤기 이사장
(사)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 이윤기 이사장
  • 김준현
  • 승인 2016.02.02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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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는 경쟁보다 협동이 모두의 성공을 가져온다는 믿음입니다”

80년대 공학도로 노동 활동하다가 신학에 경도 카톨릭 거쳐 성공회 신부로...

거대 계회보다는 작은 단위로 스며드는 사람 중심의 공동체 경제를 지향하다


국가와 사회 모든 면에서 양극화와 불신, 혼탁의 시대를 목도하고 있다. 권력과 부는 거짓 슬로건으로 뭉쳐 일반을 기만했고, 이들처럼 기득권을 쟁취하지 못한 다수 중의 또 많은 다수가 점점 생존의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이즈음의 뉴스를 점령하고 있는 이 모든 현상들을 접하다보면 자칫 우리 삶에 자조(自嘲)가 섞이기 쉽다. 그런데도 가만 짚어보면 시대마다 비슷한 어려움이 있었을지언정 우리는 또 언제나 이런 파고를 넘어왔다. 여기서 우리는 필남필녀(匹男匹女)들이다. 소박한 개인의 삶에 충실하고 이웃에 대한 동질감으로 자신이 속한 작은 공동체를 영위해가는 사람들. 전통적·사회적 공동체 와해의 폐해가 어느 때보다 무섭게 경고되는 시대에, 우리는 마찬가지 이유로 공동체 복원을 더욱 언급할 수밖에 없다.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이사장 이윤기)가 지향하는 가치와 활동을 보면 더욱 그렇다. 


경쟁과 배제에서 협동과 연대로

 40년을 이어온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 신봉은 전 세계 사회 곳곳을 무한 경쟁의 투쟁장으로 만들어버렸다. 대한민국 역시 경쟁은 당연한 사회 조건이 되었고 공간적으로 같은 땅일지언정 심리적, 계층적으로는 극단화 됐다.‘개· 돼지’발언이나 ‘흙·금수저’는 이런 시대의 부정적 언사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본이 무한권력으로 사람을 배제하는 사회에 자각과 우려를 가지고 극복과 대안을 논의해 온 그룹들이 있다. 이들은 활동 방향에 따라 여러 형태를 띠지만 공통의 중심 가치를 묶어본다면 ‘공동체 가치’가 될 성싶다. (사)충청남도사회경제네트워크(CNSE)는 작은 공동체 활동과 연대를 통한 경제적 선순환 정착으로 인간의 생존과 존엄을 지켜내려 한다.

 “거대한 선언이나 대규모 활동을 이끌기 보다는 작은 단위의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를 추구합니다. 사회적 경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 경제입니다. 자본보다 사람, 개별기업 이윤보다 사회 전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공공성을 중시합니다. 연대와 협동, 순환과 공생이 그 안의 태도와 가치가 되겠지요. 인간의 이기심이 이끄는 경쟁적 시장경제가 아니라 호혜와 협동의 가치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입니다.”

 (사)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 이윤기 이사장이 말하는 ‘사회적 경제’는 현재 법인 산하의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아산지역자활센터에서 구체적 활동과 운영으로 실현되고 있다. (사)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는 지역 내에서 선순환 경제를 통한 지역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일해 온 사람이 모여 2012년 1월 설립됐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권역별 충남 사회적 기업 통합지원센터사업에 선정돼 충남 16개 시군구의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의 발굴, 인증지원과 교육, 네트워크 사업 등을 펼치며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600여 곳, 마을기업 80여 곳 등을 관리 지원하고 있다.


공학에서 신학으로

성공회 신부이기도 한 (사)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 이윤기 이사장은 소위 586세대다. 386으로 처음 지칭되던 이 세대는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의 대학을 다니고 지금은 50대가 된 세대다 (처음 386이란 용어가 사용되던 90년대에 이들은 30대였다). 80년대에 이들은 학교에서 사회과학서적을 탐독하며 정치적으로 군부독재에 항거하고 밤에는 빈민가나 공자지대에서 노동활동을 전개했다. 

 이윤기 이사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산업공학을 전공한 학생이었다. 

 “대학생 때 노동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카톨릭노동청년회에서 조직의 25년사 활동을 책으로 편찬하는 작업을 하면서 저와 인연이 닿아서 함께 작업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왔어요.  카톨릭노동청년회에는 신부와 수녀님들과 접촉할 기회도 많았고 그 조직에 참여하는 노동자들도 밝고 건강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진로 선택을 해야 하는데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있는 그런 분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서 신학을 다시 공부하게 됐지요.”

 이윤기 이사장의 이력은 노동활동을 시작하던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 소외 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과 접점하며 살아왔다. 신학을 전공한 후 천주교에서 독신서원을 하고 서울대교구에서 사목을 했다. 그러다 개인 사정에 의해 로마교황청에 독신서원을 풀어줄 것을 요청하고 다시 일반인이 됐다. 복지관에서 저소득층 주민 활동가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벼룩시장에서 보고 취업을 했다. 천주교에서 빈민사목을 하던 때와 다르지 않은 일이었다. 

“복지관에서는 성공회 신부님들이 자활지원센터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었어요. 빈민사목하는 분들의 네트워크는 비교적 좁은 편인데 그분들이 저의 이력을 알고는 성공회에 와서 같이 일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따라오게 됐습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조직운동을 했던 동료들은 지금 탄탄한 사회적 기업의 대표를 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과 뭉쳐 만든 것이 (사)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권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난과 더 가까운 사람들과 밀접하게 지내온 삶에서 이윤기 이사장이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발전된 가치도 사람들에게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끼니걱정은 하지 않고 살아야 인간이 가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지 않겠어요. 가난한 사람들끼리 모여 힘을 합해서 무엇인가를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생산공동체 운동이었어요. 그 활동을 20년 동안하다 보니 생긴 결론입니다. 적은 수입이라도 고정적으로 개인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기초생활보장법 등이 생겨서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생각이 (사)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를 조직하는 원동력이 됐음은 말할 것 없다. 자신의 본분이라 생각한 것을 열심히 하다보니 ‘자랑스런 충남인’같은 공공기관 상도 받게 됐다. 상도 쑥스럽고 개인적으로 자신이 ‘자랑스러운’지 의심(?)이 간 이윤기 이사장은 안 받으려 했는데, 법인의 활동을 위한 조직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조직원들의 강압에 굴복했다.

 이윤기 이사장은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의 구체적 가치를 살려내서 사회적 경제를 하는 것은 결국 물질 이익을 우선하는 경쟁적인 경제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를 강조한다. 경쟁이 아니라 협동을 통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과 그것의 가치를 믿어야만 비로소 사회적 경제가 성취된다고 믿는다.  


작은 빛이 여러 개 모여 이루는 큰 횃불

 하지만 가치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헤쳐야 할 현실의 장벽은 있기 마련이다. ‘지원금’은 ‘공돈’, ‘눈먼 돈’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지, 그나마 없는 사람들이 자력으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지원에 ‘잿밥에 눈이 어두워지는 사람’들이 덤비는 현상도 적지 않다. 정작 사회적 기업의 취지에는 공감이 없으면서 지원금만을 목적으로 조건에 맞추어 신청을 하고는 지원을 받은 후에는 사업을 접는 비양심적 사람들이다. 규모는 차이가 있을 지언정 작금의 사태와 무관하지 않으니 씁쓸할 따름이다.

 그래도 보람이 더 많다.

 “어렵게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서 이제는 2, 30명 씩 고용창출을 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지요. 가난, 장애, 북한 이탈민들,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은 돈이라도 정기적으로 수입이 생기면서 삶의 모습이 달라져가는 것을 보면 고용안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들과 평생을 같이 하는 일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에서부터 사람이나 가치의 문제까지, 일시적으로 회의에 접어든 순간도 있지 않았을까. 이윤기 이사장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늘 근본을 갖고 가려는 노력, 궁극적인 가치에 대한 탐구, 기도 등 끊임없이 자기성찰에 입각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을 한다. 그 자신의 분명한 경험과 자기 균형일 것이다. 

 “우리 개개인이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나름의 가치를 가진 작은 빛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빛들이 한 곳에 모이면 커다란 횃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한 사람의 힘이 별거 없어 보이지만 함께 하면 해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이치와 같습니다.”

 이윤기 이사장은 앞으로 사회적 경제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근원적인 성찰이 필요한 사회복지, 지역사회 시민운동 등으로 영역을 넓혀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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