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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사고와 자율주행차의 미래
우버 사고와 자율주행차의 미래
  • 전인수
  • 승인 2018.04.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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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미국 애리조나주 템페에서 차량호출업체 우버사의 자율주행차 볼보 XC90이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를 냈다. 사망자는 40대 여성으로 자전거를 끌고 도로를 건너는 중이었다. 차량 안에는 시험 운전자가 타고 있었지만 전방을 주시하지 않았고 보행자를 발견했을 때는 제어할 시간이 부족했다. 3월 23일에는 테슬라 모델X가 사고를 냈다. 자율주행 모드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남단 101번 고속도로를 운행하다 중앙 분리대와 충돌했다. 차량은 추돌사고를 일으키고 나서 폭발했고 운전자는 사망했다.

 

자율주행차 최초 보행자 사망 사건, 원인 아직 불명확해

자율주행차가 보행자 사망사고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고 직후 비난여론이 일자 우버는 북미 전역과 캐나다에서 진행하던 시험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미시간에서 시험 운행을 실시 중이던 도요타도 한시적 중단 의사를 밝혔고 현지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누토노미도 보스턴에서의 시험 운행을 중단한다고 전했다. 일부 다른 나라들 역시 잇따라 시험 운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이번 사고로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자율주행차 개발이 지연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우버 측은 현재까지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버 자율주행차의 라이더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사물 인식을 위해 카메라, 레이더, 라이더 등의 센서를 활용한다. 카메라는 영상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며 레이더는 주파수를 통해 위치 정보를 파악한다. 라이더는 자동차 주변 환경을 3D로 매핑에 사물의 위치를 인식하게 하는 장치다. 사고가 난 차량에는 이 중 라이더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우버 차가 적용한 벨로다인사의 라이더가 360도를 감지한다 해도 수직 감지 범위가 좁아 낮은 곳의 물체를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율주행사업 부문인 웨이모는 자율주행차량에 6개의 라이더 센서를 설치하고 있다. 우버의 사고 차량에 설치된 라이더는 단 1개였다. 하지만 우버 차의 카메라와 레이더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었으므로 보행자를 인식하고도 소프트웨어가 반응하지 않고 오작동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도‧윤리문제 수면 위로

자율주행차란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경로를 인지‧판단‧제어하면서 이동하는 교통수단을 뜻한다. 자율주행차 연구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사물인터넷, AI, 사물인식시스템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기술 발전 영향이 크다. 운전자의 주관적 판단을 각종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대체해 사고율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과 IT 업체들은 발전된 기술력으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지자체들도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연구‧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우버의 사고는 이러한 자율주행차 개발 열풍에 잠시 제동을 걸었다. 관련 문제들에 대해서는 논쟁을 촉발했다. 사고율의 최소화를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자율주행차가 기술 개발을 위한 시험 운행에서 사고를 낸 것은 아이러니다. 게다가 운전자의 판단 착오에 의한 사고와 달리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운전자의 부주의인지 자율운행시스템의 결함을 인지하지 못한 제조사의 책임인지 사고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임을 누구에게 전가할 것인가 하는 제도의 문제로만 본다면 해결은 어렵지 않다. 법 규정을 명확하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국가는 입법과 관련법 개정을 통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3월 30일 ‘레벨 3’ 까지의 자율주행차 사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1차적으로 운전자에게 부가한다는 내용의 ‘자율주행 관련 제도정비 개요(개정안 초안)를 발표했다. 일반 자동차 사고에서 적용되는 손해배상책임을 자율주행차 사고에도 적용한 것이다. 아직 관련법에 손을 놓고 있는 미국은 일본처럼 ‘레벨 3’까지의 사고의 경우 일반 교통법규를 따르게 한다. 독일은 블랙박스를 통해 제조사와 운전자의 책임을 확인한다. 자율주행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사고의 경우 제조사가 책임을 지고 운전자의 부주의로 사고가 난 경우에는 운전자가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관련법이 정확하게 책임소재를 규정한다고 해도 윤리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복잡한 상황에서 사고 발생 시 차량이 어떻게 반응하고 결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트롤리(Trolley) 딜레마는 이와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철학적 질문이다. 1967년 영국의 철학자 필리라 푸트는 기차의 브레이크 고장 시 양옆 철길에 각각 5명의 사람과 1명의 사람이 서 있을 때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 묻는다. 자율주행에서도 유사한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차량이 보행자를 우선 보호해야 할지 운전자를 우선 보호해야 할지가 가장 첨예한 지점이다. 보행자 사고를 막기 위해 운전자가 사상을 당해야 한다면 자율주행차가 어떤 결정을 하도록 프로그래밍 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운전자는 사고 시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을 한다. 대부분의 자율주행차 제조업체에서도 운전자를 우선해서 차량을 세팅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자율주행차가 기계적으로 한 가지 선택을 하도록 설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특정한 상황에서 대량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대형 사고가 발생해도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프로그래밍 된 시스템이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업체마다 제각각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 웨이모는 상대적 약자인 보행자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벤츠는 운전자를 먼저 생각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다수의 업체들이 벤츠의 입장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버 사고, 경쟁사들에게는 호재?

그런데 우버 사고에 따른 다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부 경쟁 업체들은 오히려 이 사건을 반기는 기색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모든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답은 간단하다. 사고가 나지 않는 기술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호재를 만난 격이다. 우버의 사고와 대비해 자사의 기술력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웨이모는 최근 우버, 테슬라와 전혀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어필하고 있다. 사고 이후 웨이모의 CEO 존 크라프칙(John Krafcik)은 성명을 통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웨이모가 10년 전부터 개발해 온 완전 자율주행 기술과는 별개”라고 밝혔다. “오토파일럿은 운전자가 항상 주의를 기울여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도록 해야 하는 반면 웨이모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인간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보다 먼저 3월 25일 열린 미 전국자동차딜러협회(NADA) 컨퍼런스에서 크래프칙은 “웨이모의 기술은 보행자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버의 사고 같은 일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시험 운행 800만 키로를 돌파한 웨이모는 이미 업계의 선두에 서 있다. 미 캘리포니아 교통국 자료에 따르면 웨이모는 1000마일 당 자율모드 해제 건수가 0.18건에 불과해 기술력에서 독보적이다. 상용화 실현에도 가장 근접했다. 이미 지난 1월부터 애리조나 주에서 무료 자율주행택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3월 30일부터 4월 8일까지 열린 2018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는 재규어 랜드로버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나섰다. 재규어의 SUV 순수전기차인 I-PACE 모델이 기반이다. 올해 시험 주행에 나서 2020년에는 자율주행택시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은 미 캘리포니아 주로 확대 운용할 예정이다.

 

타사들도 웨이모를 따라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누토노미는 2018년 2분기 중 싱가포르에서 자율주행택시 시범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중국 자율주행 벤처기업 징치는 중국 안후이성 안칭시와 제휴를 맺고 엔비디아 ‘드라이브 피엑스’를 장착한 ‘레벨 4’ 자율주행택시를 올해 중 출시한다. 또한 프랑스 나비아 역시 ‘레벨 4’ 자율주행택시 ‘오토놈 캡’를 7월 출시 예정이다. 일본의 벤처기업 ZMP는 닛산자동차와 제휴해 2020년 자율주행택시를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의 완전자율주행차 아이오닉


국내 업체들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2010년 ‘투산ix 자율주행차’로 개발 경쟁에 뛰어든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의 자율주행 전문 기업 오로라(Aurora)와 MOU를 맺은 상태다. 2021년까지 스마트시티에서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 상용화가 목표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미국 네바다주에서 투싼 수소 전기차와 쏘울EV, 아이오닉 자율주행차에 대해 자율주행 운전면허를 획득한 상태다. 2016년 3월에는 우리 정부로부터 자율주행 시험 운행 허가를 국내업체 최초로 취득하고 본격적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시험 운행도 멀지 않았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자율주행 미니버스 제로셔틀이 판교에서 시험 운행을 앞두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K5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엠빌리의 국내 시험 운행을 위해 빠르면 5월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경기도 화성시에 올 하반기 자율주행 시험도시 K-City를 완성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실험도시 K-시티 전체 조감도


자율주행차의 미래

계속해서 일어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와 업체들이 이처럼 자율주행차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단순히 사람들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면 현재 일부만 이용하고 있는 카 셰어링 서비스가 보편적 추세가 된다.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자율주행차는 비용 면에서 매우 저렴할 것이고 탑승지까지 스스로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가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다수가 이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동차에서 소유의 의미도 사라지게 된다. 대중교통과 자차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사고도 급격히 감소한다. 현재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일부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기술의 맹점이나 해킹의 우려가 있지만 예상되는 위험보다 기대 효과가 더 크다.

 

승용차가 사라진 시대에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효과는 사회적 소모비용의 감소다. 사고와 교통체증으로 인한 손실이 급격히 줄어든다. 자차의 개념이 사라져 차량의 절대수도 상당히 감소하며 주차장으로 소비하는 토지는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유통 비용이 감소해 제품 소비 가격도 낮아질 것이다. 차량 이용이 공유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됨에 따라 경제 소비 형태도 달라질 수 있다. 완전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모든 완성차 업체들과 IT업체들이 황금광 같은 자율주행차 사업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길 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누가 됐든 시장을 처음 선점하는 기업이 산업을 이끌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이 속한 국가도 막대한 경제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막상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오게 되면 우리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개인의 미래도 밝을까. 신대륙의 황금광을 찾은 스페인이 인플레이션에 스러져 간 것처럼 자율주행차 역시 우리의 삶에 곤란을 던져줄 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대다수의 운전기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다른 분야들도 같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기술의 발전이 비용을 감소하게 해 또 다른 활로를 열어줄지 최악의 실업난을 만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의 독주를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때를 기다리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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