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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을고수했던 것, 성공의 비결” ‘싱가폴 최고의 레스토랑’ 3년 연속 선정
“한국의 맛을고수했던 것, 성공의 비결” ‘싱가폴 최고의 레스토랑’ 3년 연속 선정
  • 정희
  • 승인 2018.06.09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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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을 시작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다름아닌 ‘식당’이다. 하지만 정작 쉬워보이는 그 식당도 막상 시작하면 온갖 난관에 부딪혀 실패하기 십상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매년 폐업하는 식당은 1만 3천개를 훨씬 웃돈다. 국내에서도 이렇게 힘든 식당을 외국에서 운영한다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음식업과는 전혀 무관했던 한 사람이 외국에서 식당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면 어떨까? 쉽게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는 사실이다. ‘싱가포르 도심의 가로수길’이라고 불리는 뎀시힐에 있는 창(CHANG) 레스토랑의 문희찬 대표. 우연히 ‘생활비라도 벌어볼려고’ 식당을 시작한 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 결국 ‘싱가포르 최고의 레스토랑’에 3년 연속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문 대표의 ‘고군분투 식당 창업기’를 들어봤다.

 

 

 

‘생활비라도 벌어보자’는 생각에 …

2000년 12월, 문희찬 대표는 당시 삼성그룹의 주재원으로 싱가포르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6년간 반도체 메모리를 담당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막상 다시 본사에 돌아와보니 사내에는 꽤 복잡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결국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무리다’라는 결론을 내고 다시 싱가포르로 발길을 향했다.  

 

“초기에는 제가 해왔던 일인 반도체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돈도 별로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면서 사업을 시작했죠. 초기에는 꽤 적지 않은 돈을 벌기도 하면서 ‘싱가포르에 잘 왔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라는 것이 워낙 경기에 민감하다보니 돈이 벌릴 때와 벌리지 않을 때가 너무 극명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하지만 집에는 생활비며 학비가 정기적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결국 생활비라도 벌어보기 위해 조그만 이자까야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에 식당업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싱가포르 전역을 돌아다니며 장소를 알아본 결과 지난 30년간 쓰지 않았던 영국군 캠프 자리가 눈에 띄였다. 도심에서 유일하게 나무들이 많아서 편안한 분위기를 지닌 그곳이 꼭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려 160평의 규모에 이자카야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결국 그는 갈비집으로 아이템을 전환하고 지난 2006년 12월에 오픈을 했다. 첫 개업날, 창 레스토랑에서는 이색적이고 신기한 하나의 개업식 행사가 벌어졌다.  

 

“저는 탈(脫)-코리안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은 한명도 부르지 않고 싱가포르 서양사람만 약 300명 정도를 불러서 야외에서 스탠딩 파티 형식으로 고기와 맥주를 무한정 공짜로 주었죠. 그렇게 2시간 동안 그 사람들이 먹은 분량만 한국 돈으로 무려 2천만원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상당히 컸습니다.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야?’하며 찾아왔고 갈비를 맛보았기 때문이죠.”

 

 

 

개업식은 성공적이었고 갈비맛도 훌륭하게 재현해냈지만, 문제는 문희찬 대표가 식당업의 서비스 시스템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갈비는 얼어 있는 상태로 손님의 상에 오르기도 했고 심지어 주문이 헷갈려서 다른 테이블로 음식이 가기도 했다. 갈비집이니 당연히 직원들이 갈비를 구워주어야 했지만, 싱가포르 직원이 고기를 굽는 방법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러니 한번 와봤던 손님들이 다시 오기는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 우연히 싱가포르 현지 <선데이타임즈> 기자가 몰래 와서 음식을 먹어본 뒤 기사를 쓴 일이 발생했다. 갈비맛에 대한 평가는 10점 만점에 8점. 괜찮은 점수였다. 하지만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10점 만점에 3점. 정말로 혹독한 평가가 아닐 수 없었다. 그 기사를 본 문 대표는 ‘아이고, 망했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기사가 나간 뒤 손님들이 엄청나게 늘었죠. 정말로 이상해서 어떤 한 손님에게 도대체 우리 식당에 왜 왔냐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그러자 손님의 답변이 가관이었습니다. ‘서비스 평가 지수가 너무 안좋던데, 얼마나 안 좋은지 한번 보려고’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일어났던 것이죠.”

 

그 후 문희찬 대표는 하루에 한 시간씩 고기 굽는 법, 서빙 제대로 하는 법 등을 가르치면서 조금씩 식당의 시스템을 잡아갔다.

 

 

 

북미정상회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 느껴

그렇게 해서 초장기 매출이 30%씩 오르면서 식당은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문희찬 대표는 ‘한국 전통의 맛을 그대로 살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국의 맛을 고집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한국 식당들도 조금씩 맛이 달라지면서 현지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철저하게 한국 그대로의 맛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 결과 싱가폴 사람들이 한국의 맛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지금도 싱가포르 손님이 60%, 서양 사람이 20%, 한국 사람이 20%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영업맨으로 근무했던 태도를 살려서 외국인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게 포옹까지 할 정도로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렇게 꾸준하게 맛과 서비스에 투자한 결과 <창>은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 50대 레스토랑’에 선정되는가 하면, ‘싱가포르 최고의 레스토랑’에 3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창>에서 흑돼지와 닭고기 해산물, 야채와 함께 먹는 BBQ, 전통 불고기를 애호박에 담은 호박불고기와 직접 기른 새싹으로 만든 새싹비빔밥을 즐기고 있다.  

 

현재 문희찬 대표는 <창> 이외에도 스페인 레스토랑 <타파스(TAPAS)26>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스페인 와인을 수입해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스페인 와인은 맛은 고퀄리티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아 프랑스 와인의 절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일본 토모에 상사와도 수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와인 수출입 산업은 문희찬 대표의 사업 확장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취재진은 마지막으로 이번 북미회담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물론 이번 회담으로 인해 식당의 손님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입니다. 싱가포르가 다시 한번 세계의 허브로서 조명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그런 나라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는 점이 우리의 자부심을 더욱 높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인 사회 역시 많은 교민들이 분명 이렇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당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대기업의 주재원에서 이제는 싱가포르가 자랑하는 식당을 운영하는 문희찬 대표. 앞으로도 그가 이제까지 해왔던 열정과 고군분투의 정신을 통해 정진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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