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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와 불쾌 사이 영화 '청년 경찰'의 세 장면
유쾌와 불쾌 사이 영화 '청년 경찰'의 세 장면
  • 전인수
  • 승인 2017.08.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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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년경찰’이 화제다. 벌써 누적 관객 수 5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군함도’, ‘혹성탈출: 종의 전쟁’, ‘브이아이피’, ‘택시운전사’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흥행 몰이 중이다.

 

‘청년경찰’ 흥행 이유는 우선 늦여름 개봉한 코믹액션물로서는 경쟁자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덤앤더머를 떠올리게 하는 박서준과 강하늘의 케미 역시 흥행의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두 배우의 연기력과 함께 적재적소에 코믹적 요소를 배치해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소재를 웃음으로 중화시킨 김주환 감독의 연출적 감각이 가장 큰 흥행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과 해당 소재를 코믹적으로 소화하려는 의도 때문에 형성된 다소 불편한 연출은 이 영화의 단점이다. ‘청년경찰’은 두 명의 경찰대생이 휴가를 나왔다가 납치된 소녀를 목격하고 사건을 쫓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선족의 난소적출 범죄와 여성 피해자들에 대한 가학적 이미지를 그대로 노출하는 등 관객들이 불편해 할 수 있는 장면들이  다수등장한다.

 

일부에선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혐오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여성혐오, 인종 차별적 시선, 남성중심주의의 편견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여성혐오와 관련돼 보이는 세 장면을 뽑아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첫 번째 장면

 

지루한 경찰대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휴가를 나온 기준(박서준 분)과 희열(강하늘 분)이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클럽에 가는 장면. 클럽을 둘러보던 기준은 여자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한 여자에게 자신을 경찰대학교 학생이라고 소개한 기준은 여자에게 묘한 비웃음과 함께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돈도 못 버는 거 왜 해.”

 

경찰이 되어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씬이 끝난 직후 카메라는 반대편에서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미친 듯이 놀고 있는 연예인을 비추는데 기준의 처지와 대비하기 위한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왜 클럽에서 그려지는 모든 여자들의 모습이 이처럼 비현실적으로 그려지냐는 것이다. 희열이 만난 다른 여자는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그를 데려가 춤을 추는데 결국 남자친구에게 업혀 사라진다. 클럽에서 만나는 여자는 모두 이성과의 관계를 가볍게 여기며 돈을 인생 최대의 가치로 여기는 다소간 천박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러면서 아직은 경찰이 되고자 하는 신념을 갖지 않은 주인공들의 회의감을 부각하기 위해 소비된다. 하지만 이는 결말에서 명예와 선의의 가치로 극복되면서 등장한 모든 여자들을 불명예적으로 만든다.

 

두 번째 장면

 

클럽에서 나온 기준과 희열은 납치당하는 소녀를 발견하게 되는데 학교에서 배운 온갖 지식들을 사용해 찾아낸 그녀의 직장은 귀파방. 젊은 여성들이 귀를 파주고 돈을 받는 불법 유사 성행위 업소다. 실랑이 끝에 희열이 납치당한 소녀의 신상을 알기 위해 귀파방을 들어가는데 막상 들어가서는 조사는 뒷전이고 업소 여성에게 서비스를 받는다. 귀를 파주는 여성의 육감적인 몸매에 정신이 팔린 희열은 한참 후에야 더듬거리며 좌초지종을 설명한다. 이런 일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는 희열의 설명에 여성은 이렇게 반문한다.

 

“그럼 뭐 때문에 왔어? 내가 알려줄까?”

 

이 장면에서 여성은 남성적 편견에 완벽하게 복종한다. ‘귀파방’과 같은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은 진지한 이야기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며 스스로 원해서 적극적으로 남성에게 섹슈얼한 욕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 갖고 있는 직업이 무엇이든 그녀는 남성들의 성적 상상에 봉사하는 것이다.

 

세 번째 장면

 

마침내 모든 사건을 해결한 기준과 희열은 경찰대로 돌아오지만 퇴학의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징계위원회에서 가까스로 퇴학을 면하고 1년 유급과 500시간 사역을 명령 받는다. 지루한 사역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 피해자가 찾아온다. 그리고 기준을 안아준다. 그러자 희열도 안달하며 여러 차례 다가가 포옹을 한다. 영화는 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버디무비의 흥미를 마지막까지 유지하려 했지만 서로 피해자 여성을 안으려고 애쓰는 마지막 장면은 다소 불쾌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다면 이 피해자 여성은 여전히 고3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한 기준과 희열이 처음 목격한 피해자인 윤정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시선을 보여준다. 영화는 윤정의 대한 정보에 인색하다. 윤정이 누구의 딸인지, 왜 귀파방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지 그 전후 사정은 어떤 것인지, 사건 이후에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 영화는 전혀 관심이 없다. 다만 영웅 소설에 등장하는 괴물에게 붙잡힌 공주처럼 아름다운 외모만 강조될 뿐이다.

 

다른 피해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름도 알 수 없고 사정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여자들이 도축되는 가축 같은 이미지로 영화 속에서 전시된다. 감독은 범죄자들의 잔인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로 이런 장면들을 만들었겠지만 지나치게 소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여성 혐오(Misogyny)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들 중에 가장 광범위한 것은 여성의 성적 대상화일 것이다. 이는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 역시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존재가 성적으로만 존재한다면 그 존재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영화 ‘청년경찰’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이 일관되게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성적 존재이다. 때문에 이 영화가 여성 혐오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언제까지 어설픈 남성들이 명예롭고 훌륭한 남성으로 성장하기 위해 여성들이 소비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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